‘연공급 체계로 인건비 가중’·‘인사적체 심화’ 꼽아
대안으로는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선호
행정안전부가 공무직 정년을 5년 연장하면서 정년 연장이 공공 부문에서 민간 기업으로까지 확산될지 주목되고 있다. 기업들은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난색을 표한다.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개최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공무원 노후 소득 해소와 정년 연장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행정안전부가 공무직 정년을 5년 연장하면서 정년 연장이 공공 부문에서 민간 기업으로까지 확산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기업 10곳 중 7곳(67.8%)이 정년이 연장될 경우 경영에 부담이 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공·호봉급제 등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가중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5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 인사노무 분야 담당자(응답 12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령자 고용정책에 관한 기업인식 조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년연장이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기업들은 그 이유로 ▷연공․호봉급 체계로 인한 인건비 부담 가중(26%) ▷조직 내 인사적체 심화(23.2%) ▷청년 신규채용에 부정적 영향(19.3%)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 감소(16.6%) 등을 꼽았다. 기업 10곳 중 6곳(60.3%)은 연공‧호봉급제를 도입하고 있어 정년이 연장될 경우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높아지는 구조로 조사됐다.
한경협은 연공‧호봉급 체계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섣부른 정년연장 도입은 인건비 부담 급증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 60세 정년 시행(2013년) 당시 기업 비용 부담의 대안으로 제시됐던 임금피크제 도입률(2023년 6월 기준)은 300인 이상 기업 중 절반도 안 되는 수준(48.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계속고용제도 도입시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고용제도란 일괄적인 정년연장 대신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재고용하거나 정년연장 또는 폐지하는 제도다. 만약 계속고용제도가 도입될 경우 어떠한 방식을 선호하냐는 질문에 기업 10곳 중 7곳(71.9%)은 ▷퇴직 후 재고용 방식(71.9%)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어서 ▷정년연장(24.8%) ▷정년폐지(3.3%) 순으로 응답했다.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선호한다고 답한 이유로는 ▷고용유연성 확보(35.2%) ▷전문성, 희망자 등 일정 기준에 적합한 근로자에 한해 계속고용 가능(25.8%)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에 연계해 임금수준 조정 가능(24.5%) 등이 꼽혔다.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숙련된 고령 인력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 정년퇴직 후 재고용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제 운영기업 중 60.4%는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경협은 “정년퇴직 후 재고용 방식은 고령 인력의 생산성에 맞춰 근로시간과 임금 등을 조정해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근로자의 직장생활 만족도를 증진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사정 대화기구인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는 내년 1분기까지 계속고용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계획이다.
한편, 기업들은 고령자 고용에 따른 인사노무관리상 어려움으로 ▷고령 근로자의 건강 문제 및 산재 리스크 대응(28.9%) ▷생산성 저하(28.9%) ▷높은 인건비 부담(24.8%) 등을 꼽았다.
고령자 계속고용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사전에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는 ▷고령 인력 채용에 따른 인건비 지원 확대(28.1%) ▷고령 인력 채용에 따른 세제혜택(24%)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절차 개선(22.3%) ▷인력 운영의 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해 파견·기간제 규제 완화(21.5%)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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