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관리정책으로 유동성↓
임대차 시장 불안 가능성도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의 부동산 매물 전단 모습.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서울에서 집을 팔려는 사람이 점점 증가하고 사려는 사람은 줄고 있는 추세다. 집값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이 매매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8만7268가구로 작년 10월 7만7206가구에 비해 1만 가구 이상 증가했다. 8월 5일 기준으로 7만6629가구까지 떨어졌던 매물 건수는 여름철 하락세를 지나 9월부터 8만가구대를 회복하며 상승하고 있다.
매수 심리도 눈에 띄게 변했다.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주 21일 기준 매도세 59.9%·매수세 3.7%·매수우위지수 43.7로 일주일 전보다 매도세는 2.3%만큼 오르고 매수우위지수는 1.9 내렸다.
매도세 상승과 매수세 하락으로 인한 매수우위지수 하락세는 지난 여름부터 지속되고 있다. 매도세는 8월 19일 43.4%를 기록한 후 8주 연속으로 상승했으며, 지난 6월 10일 61.2% 이후로 최대치다. 매수우위지수도 8월 70.5 이후로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주택을 팔기보다 사려는 심리가 클수록 매수우위지수는 오르며, 100 이하일 경우 매도자가 많은 시장을 의미한다. 해당 통계는 표본 공인중개사무소 설문조사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비롯한 개인 부채 관리 정책으로 인해 5월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던 아파트 매도 물량이 다시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 연구원은 “정부의 전방위 대출 규제로 수요가 억제돼 시장 유동성이 떨어지다 보니 수요자가 사고 싶어도 못 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초 이후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며 덩달아 매수 가격에도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가격은 잡히지 않는데 거래량이 줄며 매도 심리 상승을 부추겼다는 풀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8월보다 9월에 실거래가 더 줄었다. 거래 회전율이 낮아 적체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시중은행별 가계 대출·여신 규제도 한몫을 하고 있다. 기준금리는 내려갔으나 가산금리는 올라 주택담보대출을 4%대 밖에 받지 못하는 빡빡한 상황”이라고 했다.
공급이 증가하고 수요가 감소해 집값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일각에서는 전·월세 시장에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 연구원은 “수요 억제 정책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실수요자·다주택자 대출을 막기 힘들다”며 “내 집 마련의 마음을 먹은 실수요자가 규제에 가로 막혀 매매 수요에서 전·월세 수요로 넘어가 임대차 시장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고, 다주택자는 취득세 증가로 인해 집을 사기보단 팔려고 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급이 많은 부동산 시장 전체의 가격 하락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우세했다. 함영진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세가는 꾸준히 오르고 서울 내 공급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매도자 입장에서 매물은 나오지만 거래가와 호가는 크게 조정되지 않고 있어 하락까지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해 4분기를 넘어 내년 1분기까지 이런 보합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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