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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의대증원 재논의’, 의료계 조건 없는 참여로 해법 찾아야

의료 대란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 정치권 주도로 시작된 것은 다행이다. 대통령실도 “의료계가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면 2026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제로 베이스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한 만큼 기대가 크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여전히 의대 증원 백지화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가 한 발 물러서고 어렵사리 정치권이 나서 마련한 대화의 장에 일단 참여해야 한다.

며칠 전만 해도 대통령실은 2026년도 의대증원 유예는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여당의 중재로 협의체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원점에서 재논의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의료계가 합리적인 숫자를 제시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어떻게든 테이블에 앉자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이런데도 의사단체가 2025, 2026학년도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고 대통령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까지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 더구나 9일부터 내년도 대입 수시 원서접수가 시작된 마당에 없던 일로 하라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그나마 의료계 내부에서 대화 참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부 의사들은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며 의료 시스템의 근본 개선을 위해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8일 대한외과의사회 추계학술대회에 참여한 전공의 사이에서도 “가만히 있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를 갖고 정부를 압박할 계기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가장 강하게 반발했던 전공의 사이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와 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온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응급실 위기 사태로 정부가 압박을 받는 상황을 의료계가 유리하게만 끌고 가려는 것은 잘못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험한 지경으로 몰고 가는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추석 연휴를 맞아 응급실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 119가 응급환자 이송이 가능한지 물어도 받아주지 못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는 상황이다. 이 정도면 현장으로 달려가고 싶은 전공의와 의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의사들이 제대로된 환경에서 진료할 수 있는 의료개혁을 위해서라도 한발 물러서 실질적인 해법을 찾는 대화에 나서는 게 중요하다.

여야정은 의료계가 불참해도 긴급 상황임을 고려해 추석 연휴 전에 첫 회의를 열고 협의체를 출범시킨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셈법만 따진 형식적 모임에 그칠 게 아니라 실질적인 중재안을 도출하는 게 관건이다. 무엇보다 국민 불안이 큰 추석 연휴 응급 의료 현장이 순조롭게 돌아갈 방안 마련에 힘을 쏟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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