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가구 규모 대단지 전세 매물 ‘0건’ 등
전세 품귀 현상 심화…전셋값 상승 지속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게시된 매물 정보. [연합] |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 서울 강동구 강일동의 대단지 아파트인 ‘강일리버파크’(1~10단지 6410가구)는 27일 기준 전세 매물이 ‘17건’에 불과하다. 2단지(442가구)와 9단지(841가구)는 매물이 아예 ‘0건’이고, 타 단지도 각각 1~4건 사이다. 강일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근 들어 전세 물건이 하나씩 나오는 것들은 바로 빠지는 상황”이라며 “남아있는 매물은 한 달 전 대비 몇천만원 높여 내놓은 물건이거나 1층, 또는 집 상태가 좋지 않은 것들”이라고 말했다.
#.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의 대단지 ‘답십리청솔우성’(1542가구) 또한 이날 기준 전세 매물이 ‘0건’이다. 바로 옆 단지인 ‘래미안미드카운티’(1009가구) 6건, ‘전농우성’(1234가구) 7건, ‘답십리두산’(739가구) 1건 등 전세 매물이 한 자릿수에 그치는 상황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곳곳의 단지에서 전세 품귀 현상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에서 매물이 0건인 사례들이 나타나며 수요자들의 전셋집 찾기에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다.
실제 전세 관련 각종 통계는 공급 부족의 현 시장상황을 방증하고 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이달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42.9로 지난 2021년 10월(162.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KB부동산이 표본 공인중개사무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로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 부족, 100 미만일수록 공급 충분을 뜻한다. 지난해 8월 100을 넘어선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지속적인 오름세를 기록하는 모습이다.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6616건으로 올해 1월 3만5000건대를 유지하던 것과 비교하면 약 25% 줄었다. 특히 중랑구 아파트 전세 매물은 294건으로 한 달 전(388건) 대비 약 24%, 구로구는 같은 기간 474건에서 410건으로 약 14% 감소했다. 그 외 양천·종로구(각 -11.7%) 등 자치구도 10%가 넘는 전세 매물 감소폭을 보였다.
이 같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부족이 심화되는 건 입주 물량 부족, 비(比)아파트 기피 현상으로 인한 아파트 쏠림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더욱이 임대차 2법 시행 4년이 지나 만기가 돌아온 전세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있는 데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 시기가 맞물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서울 입주물량이 부족하고 기존 수요자에 더해 비아파트 수요자가 아파트로 모여들면서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또한 계약갱신 4년(2+2년)이 끝나면서 지난번 못 올렸던 전세보증금을 반영해 내놓으면서 전셋값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공급 확대 시그널을 보내고 있지만) 아직은 실질적으로 시행된 부분이 없어 시장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hwsh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