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본연의 경쟁력 향상해 밸류업”
분당 두산타워 전경 [두산 제공]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 합병’을 골자로 한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 중인 두산그룹이 주주 설득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 주주서한을 보낸 데 이어 합병에 대한 보다 세세한 설명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했다.
두산은 정정 증권신고서를 통해 논란이 된 합병비율의 산출 근거를 명확히 하고 이번 합병이 기업가치뿐 아니라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두산의 소통 노력이 주주들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6일 두산에너빌리티와의 분할합병, 두산밥캣과의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에 대한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두산과 두산에너빌리티도 이번 분할합병에 대한 주요사항보고서를 정정보완해 공시했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기존 보고서에 대한 정정을 요청한 지 약 2주 만에 이뤄졌다. 앞서 지난달 24일 금감원은 주주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도록 구조개편과 관련한 배경, 주주가치에 대한 결정 내용, 수익성·재무안정성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에 대한 설명을 보완하라고 주문했다.
두산은 지난달 11일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계획을 담은 사업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일부 주주는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두산밥캣과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가 유사하게 책정돼 불공정하다고 반발해 왔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주식 교환 비율이 1대 0.63이다.
두산은 정정보고서에서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이 기업 본연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이루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의 북미·유럽 시장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인프라를 활용하고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와의 통합을 통해 무인화·자동화 기술 투자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산에너빌리티로서도 최근 원자력 발전 호황 속에서 신기술 확보와 생산설비 증설을 위한 현금 추가 차입여력 확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분할합병 과정에서 순차입금 1조2000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는 이를 원자력 발전소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합병 비율은 1대 0.63을 유지했다.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부문이 보유한 투자주식은 상장된 시장성 있는 투자주식으로 현금흐름할인모형이 아닌 기준시가를 적용해 산정했다는 게 두산의 입장이다.
두산 측은 “시가는 다수 시장참여자에 의해 주식시장에서 거래돼 기대하는 미래 현금 흐름이나 기대 배당 수익 등에 따라 형성된다”며 “이는 지주회사의 가치 평가에 있어 합리적이고 타당한 방법”이라고 부연했다.
합병 비율과 관련해선 외부 평가 기관의 평가의견서도 첨부했다. 안진회계법인 측은 “자본시장법 등에서 규정하는 합병가액 산정 방법에 위배돼 산정됐다는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냈다. 앞서 금감원도 정정 신고서 요구 당시 합병 비율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의 이러한 보완 설명은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스캇 박 두산밥캣 대표이사,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 등 3인이 주주서한을 통해 주주 설득을 나선 지 만 하루 만에 이뤄졌다.
3사 대표는 지난 5일 주주들에 서한을 보내 이번 합병이 회사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의 1조원 규모 원전 사업 투자 등 합병 이후 각 사의 성장 전략을 세세하게 전했다. 두산의 합병 후 계획을 담은 청사진이 주주 설득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합병의 가장 당사자인 주주들과 앞으로도 더욱 소통해 나가며 이번 사업구조 개편이 회사의 성장과 주주의 이익을 동시에 충족할 기회라는 점을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