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전기료 감면’ 제안에 野화답…“여야 협의 시작하자”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에 대한 여권의 ‘무조건 반대’ 입장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해당 법안이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안’이란 문제의식에 동의하면서도,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10 총선에서 ‘격차 해소’를 내세웠던 한 대표가 여권에 대대적인 기류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대표가 제안한 ‘취약계층 추가 전기료 감면’도 여야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7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한 대표는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열린 사전회의에서 해당 법안에 대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의 반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계획에 대해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도 반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취지로 우려를 전했다고 한다. 해당 법안은 지난 총선 민주당의 대표 공약이었던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근거 법안으로, 정부·여당은 총선 당시부터 “현금 살포법(추경호 원내대표)”이라고 반대해 왔다. 한 대표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이었던 지난 3월 “물가를 잡기 위해 돈을 풀겠다는 건 그 말 자체가 형용모순”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다만 한 대표는 13조원에 달하는 전 국민 대상 지역화폐 지급 시 경제에 미칠 부작용과 해당 법안의 위헌성 등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자영업자·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안 없는 반대가 지난 총선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는 여권 내 지적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친한(친한동훈)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러 문제가 있으니 반대를 하더라도, 경제를 살리고 사회적 약자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돕는데 있어 전 국민 25만원이 적절하지 않다면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제시하면서 국민께 다가가야 하지 않겠냐는 취지였다”고 부연했다. 사실상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한 대표가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제안한 ‘취약계층 전기료 감면 방안’은 여야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6일 “전기료 감면 뿐만 아니라 시급한 민생입법에 물꼬를 트기 위한 정책위의장 간의 논의 테이블을 구성하고 여야 협의를 시작하자”며 “한 대표가 민생에 진심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겠나”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취약계층을 상대로 이미 시행 중인 에너지바우처, 누적 적자가 40조원대에 달한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재무구조 등은 걸림돌이다. 이와 관련해 김재원 최고위원은 앞서 정부의 폭염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누진세 구간 일시 완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2016년 누진 구간 조정을 언급하며 “전기료 부담을 완화해 드리기 위해 누진 구간을 일부 조정하는 방식으로 8월 한 달간 취약계층도 시원하게 여름을 보내게 해야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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