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분열 우려 속 ‘전선 확대’ 우려 분위기
“결단 내릴 수도”…특위 차원 추가 논의 촉각
회의를 진행 중인 제22대 총선 백서 특별위원회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국민의힘의 4·10 총선 참패 원인을 담은 백서를 놓고 여권 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도부 차원에서 백서 공개 시점을 논의해 달라는 조정훈 총선백서특별위원회 위원장의 요구를 15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동훈 후보를 제외한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가 연일 백서 발간을 요구하는 가운데, 공을 넘겨 받은 특위가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나온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비대위 회의를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백서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며 “(안건으로) 올라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대위 핵심 관계자는 헤럴드경제 통화에서 “애초에 지도부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안건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며 향후 비대위에서도 백서가 안건으로 다뤄질 가능성을 일축했다.
조 위원장은 지난 11일 특위 회의를 마친 뒤 “다음주 월요일(15일) 비대위에 공식 안건으로 요청 드리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조 위원장은 “저희가 출범했을 당시 밝힌 6월 말, 7월 초 마무리 과정에서 전당대회라는, 그리고 전직 비대위원장의 출마라는 새로운 정치적 환경이 생겨서 특위에서 단독 결정하지 않고, 비대위에서 결정을 해주시는 것을 요청드리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나 비대위에서는 총선 백서 발간이 전당대회의 쟁점으로 부각된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문자 읽씹(읽고 무시)’ 논란에 이어 ‘한동훈 대 반한동훈’ 구도의 여권 분열 우려가 고개든 가운데 백서가 새로운 전선이 될 수 있다는 부담이다. 중앙당 선거관리위가 후보 간 격화한 네거티브에 ‘레드카드’를 던진 상태에서, 당 지도부가 분열의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고 한다.
비대위의 한 핵심 인사는 “이미 다 알려진 내용을 전당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개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한 차례 발간 시점을 늦추자고 했는데, 이제 와 앞당기자고 할 요인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비대위가 백서 관련 논의에 선을 그으면서, 공개 여부 및 시점에 대한 결정권은 다시 특위로 넘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위 관계자는 “조 위원장이 특위 위원들과 상의를 하고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특위 내 이견은 넘어야 할 산이다. 특위에서는 ‘문자 읽씹’ 논란을 백서에 포함시키는 문제와 관련해 앞서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 위원장은 지난 11일 “비대위원장과 김건희 여사 문자 내용을 (백서에) 추가하기로 했다”고 밝힌 반면, 특위 위원인 김종혁 당 조직부총장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격론이 오간 건 사실”이라면서도 “결과를 못 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 후보를 제외한 당권주자들은 전당대회 이전 백서 발간을 요구하고 있다. 원 후보는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진작 나왔어야 했다”고 했고, 윤 후보는 지난 12일 대구·경북(TK) 지역 합동연설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사천 논란, 문자 논란 등이 생기는 이유는 총선 백서를 공식적으로 당이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나 후보도 앞서 “백서를 선거 전에 발간해서, (한 후보의) 그 책임이 어느 정도까지고, 또 책임이 있음에도 다시 대표를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 우리가 한 번 들여다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soho0902@heraldcorp.comnewk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