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대 선후배·尹정부 초대 장관 동료에서
“어떻게 책임지나” “정계 은퇴 괜찮나” 사생결단
“이제라도 대통합 생각해야” 당 내서도 우려
국민의힘 나경원(왼쪽부터), 원희룡, 한동훈, 윤상현 당 대표 후보가 11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2차 당 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가 12일 한동훈·원희룡 당대표 후보 캠프에 ‘주의 및 시정명령 조치’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TV토론에서 두 후보가 비례대표 사천 의혹, 댓글팀 의혹을 넘어 색깔론에 대한 공방까지 주고받자 첫 공식 제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당 선관위는 양측의 공방이 계속될 경우 제재 최고 수위에 해당하는 ‘당 윤리위 회부’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선관위 핵심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 통화에서 “여태까지는 구두경고로 조치했지만 지금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며 “당헌·당규상 공식 시스템을 통해 제재를 해야겠다고 의결해 한·원 후보 캠프에 공식적인 주의 및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음에는 경고 조치를 내리거나, 윤리위에 회부하겠다는 뜻”이라며 “직후 연설회나 토론회 참석을 제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관위는 위반행위에 대해 ▷주의 및 시정명령 ▷경고 ▷윤리위 회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경고’를 받은 후보는 직후 개최되는 합동연설회 또는 토론회에 참여할 수 없다.
선관위는 양측이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규정 가운데 ‘후보자의 공정경쟁 의무(5조1항)’와 ‘금지되는 선거운동(39조7호)’을 위반했다고 봤다. 5조1항은 공정경쟁과 더불어 “후보자의 정견을 지지‧선전하거나 이를 비판‧반대함에 있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 및 당 질서를 해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39조7호는 후보자 비방 및 흑색선전, 인신공격, 지역감정 조장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이다.
실제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이자, 윤석열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법무부 장관을 맡아 ‘한솥밥’을 먹었던 원·한 후보는 전날 서로를 향한 ‘정계 은퇴’ 압박까지 가하며 거센 공방을 주고 받았다.
원 후보는 자기소개 코너에서부터 “앞날에 대한 절박함으로 한 후보에서 묻는다”며 “여론조성팀 의혹, 사천 의혹, 김경율 금융감독원장 추천 의혹, 3대 의혹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책임지시겠습니까”라고 공세에 나섰다. 한 후보는 사천 의혹에 대해 “아무런 근거 없이 말씀하시는 것”이라며 “저는 원 후보가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씨보다 못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금감원장 추천 의혹에 대해서는 “저는 추천한 사실이 없다. 저는 누가 추천했는지 안다”고 했다. “맨날 수사만 하다 취조 당해보니까 당황스럽냐(원희룡)”, “작정하고 오신 건 알겠다(한동훈)” 등 조롱조의 발언도 이어졌다.
좌파 논란도 나왔다. 원 후보는 한 후보에게 “(비대위원장 시절) 소통을 했다는 분이 극소수”라며 “김경율이라든지 진중권 교수, 정의당, 참여연대 인사들과는 활발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김어준, 유인태 이런 분들이 한 후보에 대해서 열렬히 지지한다”며 “보수를 잠식하면서 보수의 진영, 지형 자체를 재편하기 위한 누군가의 큰 그림 속에서 아이돌로 내세워진 게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 후보는 “원 후보야말로 운동권 출신 아닌가. 저는 운동권이었던 적이 없다”고 받아쳤다.
당권을 놓고 사생결단에 나선 여권 잠룡들에 대해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지나치게 과열됐다.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라며 “이제부터라도 선거 이후 대통합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독 과반 의석을 지닌 더불어민주당이 탄핵 청문회 개최에 이어 보수정당의 전유물로 여겨진 감세, 친기업 행보에 시동을 건 가운데 국민의힘은 내부 권력 투쟁에만 매몰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생·경제 관련 입법이나 당정 논의는 새 지도부 출범 뒤인 8월 초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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