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가 장기화하고 소비 회복이 더딘 탓에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이 1분기 1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작년 4분기(8조4000억원)와 비교해 불과 3개월 만에 2조4000억원이 늘었다. 상환능력이 부족한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10.21%로 2015년 9월 말(0.58%)이후 가장 높다. 갈수록 한계상황으로 몰리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대출 상환 연장과 대환 대출, 임대료 부담 완화 등 지원대책을 내놨지만 이 정도로 막다른 길에 처한 이들이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영업자의 빚, 연체액, 연체율은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한국은행이 1일 양부남 의원에게 제출한 ‘분기별 자영업자·가계대출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3월 말) 현재 1개월 이상 원리금을 연체한 자영업자 전체 금융권 연체액은 모두 10조8000억원이다. 분기별 연체액 증가폭은 지속적으로 줄다가 다시 늘어 2조원을 훌쩍 넘겼다. 대출 연체율도 작년 4분기 1.30%에서 올해 1분기 1.66%로 석 달 사이 0.33%포인트 치솟았다. 2013년 1분기(1.79%)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다. 가계대출까지 포함하면 빚은 1055조9000억원에 이른다. 직전 분기(1053조2000억원)보다 2조7000억원 더 늘어 또 역대 최대 기록이다. 빚의 규모 속도 모두 가파르다.
이러니 자영업자·소상공인 폐업이 느는 게 당연하다. 지난 1∼5월 ‘폐업’ 사유로 소상공인에게 지급된 노란우산 공제금은 657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8.3% 늘었다. 노란우산은 소기업·소상공인 생활 안정과 노후 보장을 위한 공제 제도로 여간해서 깨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버티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고금리가 당분간 이어지고 경기가 당장 좋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물가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 소비 회복이 더디고 씀씀이를 더 줄이려는 경향마저 있다.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
우선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취약차주에 대한 적극적인 채무조정이 시급하다. 정부는 새출발기금 지원 규모를 대폭 늘리고 지원 요건도 완화하겠다고 하나 구체적인 얘기는 빠졌다. 야당이 제기하는 12조원 규모의 민생지원금 중 일부라도 새출발기금에 넣는다면 다급한 자영업자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인건비와 배달비 등 늘어나는 비용도 자영업자 허리를 휘게 만드는 요인이다. 우리는 자영업자 비율이 약 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높은 편이다. 실질적인 상생방안 마련과 함께 소비와 유통 구조 변화에 따른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