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항공업계 원로인 비토 모레노(왼쪽) 코네티컷대 교수와 옴 샤르마 전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 선임연구원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사우딩턴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사우딩턴’에서 항공엔진산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헤럴드경제(미국 코네티컷)=김은희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항공엔진 분야 중장기 목표인 독자 항공엔진 개발에 성공해 글로벌 엔진 제작사로 도약할 수 있을까.

“매우 어려운 길이지만 장래성은 밝아요. 한국은 자동차나 플랜트 산업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여 왔습니다. 인내를 가지고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고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찾아 공략한다면 10년 후 기존 엔진 제작사만큼 기술 면에서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사우딩턴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사우딩턴’에서 만난 옴 샤르마 전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 선임연구원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계 3대 항공엔진 제작사 중 하나인 프랫앤휘트니(P&W)에서 근무하는 등 40년 이상 항공업계에 몸담아온 원로 엔지니어다.

샤르마 전 선임연구원은 “항공엔진 개발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으로 공기역학, 열역학, 재료과학, 화학공학, 전기공학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분야의 엔지니어링 기술이 필요하다”면서도 한국의 기술력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는 “엔진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인데 한국에는 뛰어난 전문 인력이 많다”며 “이미 엔진 기술, 말하자면 엔진부품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방법도 알고 있다”고 했다.

물론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했다. 샤르마 전 선임연구원의 오랜 동료인 비토 모레노 코네티컷대 교수는 “항공엔진 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다”면서 “40년 이상의 경험에서 보면 엔진 개발비용은 그게 얼마든 처음에 평가한 비용의 약 2~3배가 들고 시간도 2배 이상 걸린다”고 설명했다.

지금처럼 핵심 부품사로서 입지를 키우는 게 회사 성장에는 더 도움이 될 거라는 직언도 내놨다. 시장 지배력을 가진 글로벌 엔진 제조사와 이를 중심으로 하는 협력 생태계가 꾸려진 상황에서 부품사의 엔진 개발 도전이 무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수십 년간 항공엔진을 연구개발하며 겪어온 숱한 실패와 재도전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었다.

그러나 두 항공원로는 모두 한화의 독자엔진 개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예스”라고 답했다. 이들은 ‘인내심’을 거듭 당부하면서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면 독자 항공엔진 개발이 기술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미래라고 언급했다. 방위산업 측면에서 개발 니즈가 있는 것도 우리 기업에는 긍정적 요소라고 봤다.

비토 교수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특히 주문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적, 자금적 보조는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산업계와 학계가 모두 강한 관심을 느낄 만한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력 있게 이끌 강한 리더십과 함께 적극적인 산학연 협력도 강조했다. 샤르마 전 선임연구원은 “대학이나 국내외 연구기관, 업계 다른 기업과 함께 상호 작용하는 협업이 중요하다”면서 “정부 차원의 기술자문위원회 등을 꾸려 협력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