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U, 항공엔진 생태계 성공적 안착” 한목소리
기업·정부·대학이 함께 만든 ‘코네티컷 항공앨리’
한국판 조성 위해 독자엔진 개발·정부 지원 필요
폴 라보이(왼쪽부터) 코네티컷 주정부 제조업 책임자(CMO)와 제시카 테일러 코네티컷 항공부품협회 대표, 리즈 리네한 코네티컷 하원의원, 루즈 아마야 센트럴코네티컷주립대 교수, 데이비드 브로더릭 센트럴코네티컷주립대 교수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HAU)에서 열린 ‘퓨처엔진데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
[헤럴드경제(미국 코네티컷)=김은희 기자] “한화는 코네티컷주 지역사회와 주 전체 경제에 있어 놀라운 파트너입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HAU)에서 열린 ‘퓨처엔진데이’에서 현지 주정부 및 의회, 협력사 관계자는 HAU가 코네티컷의 항공엔진 생태계인 ‘항공앨리’의 일원으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HAU는 항공엔진 부품 및 모듈을 생산하는 가운데 올해 출범 5주년을 맞았다.
코네티컷은 미국 최대 항공엔진산업 클러스터를 보유하고 있는 지역으로 수백 개의 항공엔진 제조업체가 밀집해 있어 ‘항공앨리’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항공엔진 개발 역량을 보유한 프랫앤휘트니(P&W)를 중심으로 ‘소재-부품-엔진’의 벨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HAU는 지난 2019년 9월 코네티컷 내 항공엔진부품 업체인 이닥(EDAC)을 인수하면서 공식 출범했다.
리즈 리네한 코네티컷주 하원의원은 “HAU는 지역 커뮤니티에 있는 회사를 포용했고 코네티컷의 일부가 돼 일자리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이는 주 전체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표준을 훨씬 뛰어넘었다”며 “혁신기업으로서 배울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하는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시카 테일러 코네티컷 항공부품협회 대표도 “HAU는 지역 산업을 돕고 있다”면서 “더 많은 일감을 가져와 인근의 다른 부품 공급사에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전체 공급망에 도움이 됐고 산업 전반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AU가 지역 항공우주 커뮤니티와 더 많이 협력할수록 코네티컷 항공앨리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이날 코네티컷 항공앨리 성공 사례를 분석하며 한국판 항공앨리 성공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코네티컷 항공앨리의 성공에는 핵심 엔진 제조사인 P&W가 지역 내에, 제너럴일렉트릭(GE)이 인근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영향이 컸지만 130개 이상의 엔진 부품, 소재업체가 주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상호 협력한 게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테일러 대표는 “25년 전 주정부의 지원으로 협회를 꾸려 소규모 업체가 서로 협력하고 모범 사례를 공유하며 성장시킬 수 있도록 도왔다”면서 “기업이 전체 지역의 공동 이익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 데 열려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판 항공앨리도 결국은 산업계가 먼저 모여 함께 협력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 과정에는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 실제 코네티컷 항공앨리가 미국의 제조업 쇠락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주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 때문이었다.
2014년 항공산업 재투자법 제정이 대표적이다. 코네티컷 주정부는 역내 주요 항공기업의 유출을 막기 위해 1억달러 이상을 재투자하면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법을 제정했고 P&W는 이를 바탕으로 항공연구시설 개발에 5억달러를 투자했다. 항공산업의 허브를 지켜내겠다는 주정부의 의지가 통한 것이다.
코네티컷 주정부는 바우처 기금 운용을 통한 사업 지원, 인재 양성, 기술센터 운영, 기업 컨설팅 등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일자리 창출에 집중해 기업이 신규 인력을 채용해 일정 기간 유지할 때 급여세 환급 혜택을 주고 있다. 코네티컷주 항공엔진 제조업은 2022년 기준 연간 66억달러(약 9조1000억원)의 국내총생산(GDP)을 창출하고 약 1만55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지역의 기반산업을 지키기 위해 통 큰 세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주정부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는 최근 한국의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우주항공청을 개청한 한국 정부와 관할 지자체인 경남도, 사천시도 참고할 만한 사례다.
폴 라이보 코네티컷 주정부 제조업 책임자(CMO)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항공엔진의 25%가 코네티컷에서 생산된다”며 “코네티컷주는 제조업을 지원하는 9개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으며 100명 이하 소규모 기업도 최대 25만달러(약 3억5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라이보 CMO는 그러면서 “HAU를 포함한 기업과 항공부품협회, 선출직 공무원, 입법부, 행정부, 교육이 모두 산업을 지원하고 또 서로를 지원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커넥트(Connect·연결) 없이는 코네티컷(Connecticut)을 말할 수 없다”는 그의 농담이 그저 그런 말장난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네티컷주는 아울러 기업이 인근 대학, 연구기관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지난해 말 센트럴코네티컷주립대에 20만달러를 투지하는 등 인근 지역 대학과 파트너십을 맺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인재 양성을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데이비드 브로더릭 센트럴코네티컷주립대 교수는 “HAU가 올해 10명의 학생을 인턴으로 채용하는 등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한화라는 파트너가 있다는 게 우리로서는 좋은 일”이라고 전했다. 특히 리네한 하원의원은 “HAU가 뛰어난 건 인턴십 프로그램에 건강보험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좋은 인재를 양성하고 유치하는 선순환이 될 것”이라고 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