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7개동, 4381㎡ 규모 대지 매각
외곽 입지, 보증금 인수 등 유찰 요인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경매시장에 등장한 경기도 화성시의 전원주택 7개동의 가격이 8억원대까지 떨어져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약 40억원부터 경매 절차를 밟은 이 물건은 유찰에 유찰을 거듭해 가격이 감정가 대비 24%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금리 여파로 경매시장에 등장하는 부동산 매물이 늘어나는 가운데 유찰이 지속되는 단독주택 물건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15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경기 화성시 향남읍 상신리 일대에 위치한 전원주택 7개동은 지난달 30일 최저입찰가 약 12억1932만원에 네 번째 매각 절차가 진행됐지만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39억5768만원에 첫 경매가 이뤄진 이후 네 번의 유찰과 두 번의 가격 변경을 겪었다. 다음달 4일 최저가 8억5352만원에 다섯번째 경매가 진행될 예정인데 이날에도 유찰되면 가격은 5억원대로 떨어지게 된다.
토지와 주택을 일괄매각하는 이 물건의 대지면적은 도로를 포함해 4381㎡(1325평)으로 일반적인 축구장 면적(7140㎡)의 절반을 넘어설 정도로 넓다. 주택 또한 7개동으로 이렇게 여러 채가 한꺼번에 매각되는 사례는 경매시장에서 드물다는 평가다.
3층 주택이 6개동, 2층 주택이 1개동으로 처음 경매에 나왔을 당시에는 총 8개동 매각 예정이었지만 1개동은 경매가 취하됐다. 각각 주택마다 자그마한 정원이 마련돼 있고 울타리가 설치돼 있는 모습이다. 펜션과 같은 숙박업으로 활용된 것은 아니고 세입자들이 거주해왔다.
4381㎡ 규모 토지와 단독주택 7개동이 8억원대 가격이면 얼핏 보기에 저렴해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도권 외곽의 입지, 낙찰자의 세입자 보증금 인수 가능성, 7개동 일괄매각에 따른 부담, 한정된 수요와 활용도 등의 영향으로 유찰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이 자리하고 있는 상신리는 화성시에서도 외곽에 위치한 지역으로 인근에는 단독주택이 밀집해있고 농경지, 근린생활시설 등이 있다. 산업단지가 인접해 있고 도보 20분 거리에 주거단지가 형성돼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입지적으로 너무 외진 곳”이라며 “전원주택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주택들이) 지어진 것 같은데 그쪽 입지의 수요가 많지는 않아서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전원생활을 고려하는 수요자 외에 응찰하기 어려운 데다 물건 몸집이 커 단독주택 수요자라도 접근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주택 7개동과 넓은 토지를 한꺼번에 매입해 활용할 만한 용도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물건이 위치한 지역이 도시의 녹지공간 확보를 위해 보전할 필요가 있는 자연녹지지역에 해당돼 4층 이하의 건축물만 지을 수 있는 제한적 개발이 허용된다.
이 선임연구원은 “원래 이런 물건은 개별매각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한번에 진행하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7개동과 대지) 전체를 다 매입해야 하다보니 가격적으로 부담이 있다”고 했다. 이어 “어떤 용도로 활용할지 계획이 있는 사람들만 낙찰을 받을 수 있을텐데 활용도가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펜션을 계획한다 해도 (물건 위치가) 관광지가 있는 곳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세입자들이 소유주로부터 받지 못한 보증금을 낙찰자가 돌려줘야한다는 점이다. 각각 주택에는 세입자들이 전입신고를 했는데 보증금 액수가 오리무중이라 인수금액이 어느정도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 선임연구원은 “보증금 조사가 안 되어있어 (세입자들이) 얼마에 살고 있는지 직접 조사해봐야 한다”며 “보증금이 많을수도, 적을수도 있지만 낙찰자가 그 부분은 따로 돌려줘야 한다. 세입자들이 권리 신고를 안 했고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 무조건 인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채권자가 근저당권 설정을 했기 때문에 거주자에 대한 조사가 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채권자를 통해서, 혹은 현장에 직접 가서 인수할 금액이 얼마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화성 단독주택은 앞으로도 유찰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선임연구원은 “개별매각으로 진행해야 그나마 수요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계속 유찰이 돼서 정말 낮은 가격이면 낙찰받는 사람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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