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권등기 1~4월 1.8만건, 전년比 58%↑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전월세 안내문. [연합] |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는 세입자 A씨는 지난 3월 초 전셋집 계약이 만기됐다. 지난해 말부터 집주인에게 퇴거 의사를 밝혀왔지만 새로운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았고 두 달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집 보여준 지 반 년이 됐는데 집주인은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아 보증금을 못 돌려준다고 한다”며 “집 빠지고 나가라는 무책임한 말이 어디있나. 계약서는 괜히 있는건가”라고 토로했다. 이어 “보증금 문제 때문에 이사가고 싶은 좋은 집도 이미 한 차례 놓쳤다”며 “임차권등기부터 해야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서울의 한 빌라에 거주하는 세입자 B씨는 보증금 문제로 집주인과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달 전세계약 만기였던 B씨는 지난 1월 집주인에게 계약 연장 의사가 없음을 전달하고 이사를 가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계약 만료일 당일 집주인은 “다른 세입자가 구해져야 보증금을 줄 수 있다”며 사정을 봐달라고 호소했다. B씨는 “당장 보증금이 급한 상황인데 집주인이 언제 돌려줄 수 있을지 본인도 알 수 없다는 식”이라며 “보증금 받기가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세보증금 반환을 둘러싼 임대차 갈등이 여전한 모양새다.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1년 가까이 오르는 상황이지만 빌라 역전세와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가 지속되며 보증금 미반환으로 밤잠을 설치는 세입자들이 다수다. 이에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되는 보증금 미반환 분쟁 건수도 늘어나는 양상이다.
14일 한국부동산원·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올해 접수된 주택임대차분쟁 접수 건수는 총 171건으로 집계됐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보증금 또는 주택의 반환’이 8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손해배상 25건 ▷유지·수선 의무 24건 ▷계약 갱신·종료 19건 ▷계약 이행 및 해석 10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보증금 또는 주택 반환 분쟁 접수건수는 한국부동산원·LH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운영되기 시작한 2020년 이래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17건→2021년 118건→2022년 165건→2023년 238건 등으로 계속해서 늘고 있고, 올해도 1분기 만에 82건이 접수돼 이 추세대로면 지난해 접수건수를 넘어설 전망이다.
보증금 미반환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건 빌라 중심의 역전세가 여전하고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기피 현상이 나타나 새로운 세입자를 찾기 어려워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기준 전국 연립·다세대주택 전셋값 변동률은 -0.05%로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0.01%), 경기(-0.09%), 인천(-0.05%) 등 수도권 지역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 보증금을 지키기 위한 세입자들의 임차권등기 신청도 증가하고 있다. 임차권등기는 임대차 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등기부등본에 미반환된 보증금 채권이 있다는 사실을 명시하는 제도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건수(집합건물 기준)는 1만791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1339건)보다 58% 급증했다. 지난해 전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총 4만5445건으로 2010년 대법원이 관련 통계를 공개한 이후 역대 최대치였는데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 신청 건수는 이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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