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청약 완료 단지는 13개 단지에 그쳐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유명무실한 제도”
본청약 예정단지 중 지연이 예상되는 남양주 왕숙신도시.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사전청약제도가 사실상 폐지되는 것을 놓고 전문가들은 “집값 급등기에 미봉책으로 쓰였지만 그마저도 역할을 제대로 다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당초 일정대로 공급이 가능한 물량들로 선별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급 규모에 중점을 두면서 본청약이 늦어지는 단지들이 늘어나다 보니 당첨자들의 주거 안정성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쳐왔다는 평가다.
또 본청약 전에 미리 당첨권을 줘서 일종의 ‘청약 보험’과 같은 역할을 해왔지만 집값이 혼조세를 나타내고 최근 늘어나는 공사비를 당첨자들에게 온전히 부담지울 수 밖에 없는 현 사전청약 제도는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사전청약 제도는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에 처음 적용했으나 본 청약 시기까지 7~8년 가까이 걸리며 본래 취지와 달리 시장 안정화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후 사실상 사라졌던 제도가 집값이 크게 오른 2021년 7월 다시 집값 수요를 잡기 위해 부활한 것이다. 당시 정부는 “사전청약에서 본청약까지 걸리는 기간을 2년으로 최소화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공언은 공약(空約)에 그쳤다. 정부가 2021년 7월 이후 사전공약을 시행한 단지는 99개 단지 약5만2000호에 이른다. 이중 본청약이 완료된 단지는 13개 단지 6915호로 13.1% 수준에 그친다. 86개 단지 4만5000호 가량의 사전청약 단지가 본청약을 앞으로 남겨둔 셈이다.
이 과정에서 경기 군포시 대야미공공주택지구에 들어서는 공공주택 사전청약자들은 4월로 예정된 본청약이 2027년 상반기 중으로 미뤄진다는 내용의 본청약 지연 안내문을 약 2주 전에 발송받기도 했다. 2021년 10월 사전청약을 받아 2027년 1월 입주가 계획됐지만 본청약을 앞두고 연기통보가 이뤄진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사전청약과 본청약 사이 기간이 길어지며 최근 올라가는 공사비와 금리를 사전청약자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공공주택지에서 공사비 급증으로 사업비가 2~3년 새 30%가량 늘어난 탓이다. 사전청약 당시 추정 분양가보다 실제 분양가가 전용면적에 따라 많게는 1억원 가까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2022년 1월 사업 계획을 승인받은 계양 테크노밸리 A2블록 공공주택 사업비는 기존 2676억원에서 최근 3364억원으로 변경 승인됐다. 사업 승인 때보다 688억원(25.7%) 오른 것이다. 바로 옆 A3블록 사업비도 기존 1754억원에서 2335억원으로 581억원(33.1%) 급증했다. 당초 2026년 6월이었던 입주 예정일은 사업 지연 등으로 2026년 12월로 6개월 밀렸다. 결국에는 본청약 때 포기자가 쏟아질 것이 불보듯 뻔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사전청약제도를 애초에 미래 수요를 끌어다 쓰는 불완전한 제도였다고 지적했다. 또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6만 가구를 넘은 상황에서 ‘주택 수요안정’이 목표인 사전청약 제도가 더이상 쓸모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사전청약은 실질적 공급 확대 효과는 없으면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한지 오래”라면서 “분양시기만 앞당길 뿐 추후 분양가가 확정되지 않다보니 입주율도 크게 낮아지고 무의미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다른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사전청약 제도는 과거 집값이 크게 오를 때 청약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제도로서 이미 그 쓸모를 다했다”면서 “현재로서는 조삼모사 같은 사전청약이 아닌 3기 신도시 물량 확대 등 실질적인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고민해 볼 때”라고 강조했다.
s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