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도서관에 갔을 때의 일이다. 딸아이가 도서관 가입을 하고자 하자 가족관계증명서 제출과 휴대전화 인증을 해야 했다. 휴대전화를 사주지 않은 탓에 아이는 도서관 가입을 하지 못했다. 해당 사건 이후 휴대전화를 사달라며 투덜거리는 아이와 예전에 없던 씨름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초등 저학년들이 모두 본인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의 휴대전화을 때때로 사용하거나 스마트교육을 목적으로 각종 디바이스를 유치원 때부터 접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가 본인 소유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고 만드는 이러한 정책들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프랑스의 SNS 규제 입법에 대한 기사를 접했다. 프랑스 정부의 용역을 받은 전문가들은 13세 이상 18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고, 13세 미만 아동들에게는 아예 스마트폰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11세 미만 아동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휴대전화 사용을 하면 안 되며, 3세 미만 아동은 어떠한 경우라도 영상 시청을 막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휴대전화 외에도 초등학교에서 태블릿 PC 사용도 금지하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1월 아동의 영상시청과 스마트폰 사용에 금지나 제한이 있다고 말한 이후여서 정책의 수용 여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다른 한편 휴대전화 소유와 직접 관련한 것은 아니지만 올 초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14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계정 보유를 금지하는 법안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하였다. 13세 이하의 SNS 가입이 금지되고 14~15세는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계정을 개설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해당 법안은 표현의 자유, 정보접근권의 제한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미성년 아이의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초당적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나이를 허위로 입력하는 등의 부작용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법적으로 미성년의 무분별한 소셜미디어 이용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선진국의 흐름은 초등생 아이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그리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 등과 관련하여 많은 논란이 있다. 디바이스 사용이 교육에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여부를 떠나 위험 방지 목적, 교육 목적 등으로 부모가 휴대전화를 개통해주는 일이 잦은 것이 현실이고, 현실 체감도로 봤을 때는 초등학교 3학년 정도 되면 아이들이 본인 소유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 본다. 세상이 크게 변하였고 각종 발전된 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가 되었으며 이에 적응하는 인간들도 진화하였음은 명백하다. 하지만 30년 전의 초등학생이나지금의 초등학생이나 여전히 아이일 뿐이다. 신체 나이에 따른 생물학적 능력은 같다는 전제하에 어떻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아이들을 세상의 전환기에 대응하게 할 것이냐는 부모의 몫이다. 어디까지가 옳고, 무엇이 맞고 틀린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아이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고 지레짐작하여 만드는 정책이야말로 비정상과 모두 같음을 강요하는 사회의 전체주의적 모습의 한 단면일지도 모른다.
이윤진 서원대 사회복지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