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6일 국회 사무실에서 공천 배제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이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서울 강남병에 우선추천 한 것을 두고 잡음이 커지고 있다. 컷오프 된 유경준 의원(서울 강남병)이 객관적이어야 하는 시스템 공천에 정무적 판단이 개입했다며 ‘경선 보장’을 주장하면서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서울 강남병에 대한 공천신청자 종합평가 결과를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유 의원의 이의제기를 반려했다. 막판 공천 잡음이 강남-영남권 등 다른 ‘텃밭’ 지역구의 컷오프 반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이날 오후 공지를 통해 “공관위가 실시한 본선경쟁력 (서울 강남병) 조사결과 1위 후보 49.6%, 2위 후보 41.3%, 3위 후보 38.1%, 4위 후보 35.2%, 5위 후보 34.0%로 단수공천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모든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정당지지율(58.6%)에 많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우선추천(전략공천) 요건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공관위는 “인접지역의 경우와 비교해도 A선거구의 경우 당 지지도가 56.3%, 본선 경쟁력 1위 후보의 지지율은 51.1%였고 B선거구의 경우 당 지지도가 53.4%, 본선 경쟁력 1위 후보의 지지율이 51.0%로 인접지역 대비 (서울 강남병 공천신청자들의) 경쟁력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고 나아가 강남병 공천신청자 중 압도적 본선 경쟁력 우위를 확보한 후보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공관위는 “공천신청자 종합평가 결과에서도 단수추천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평가 결과 1위 92.75점, 2위 81.48점, 3위 72.14점으로 단수추천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국민의힘은 향후 공천 당사자가 점수 공개를 원할 경우 점수를 공개할 방침이다.

하지만 공관위의 해명에도 ‘텃밭’ 공천에 정무적 판단이 개입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복수 공관위 관계자에 따르면 공관위는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통해 강남병을 우선추천 지역으로 선정했다. 지난 1월 공관위는 우선추천 지역 세부 기준을 결정했는데 ‘3분의 2 이상의 공관위원 동의가 있으면 (세부 기준과) 달리 결정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뒀다. 해당 조항은 우선추천 뿐 아니라 단수추천과 경선 세부 기준에도 포함됐다. 시스템 공천을 표방했지만 정무적 판단의 여지를 둔 셈이다. 공관위 관계자는 “강남에서 개인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낮게 나왔다는 것을 고려했다”며 “우리당 예비후보들끼리 경쟁력 평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선추천 지역구로 선정되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영환 공관위원장도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 의원을 컷오프 할 납득할 만한 사유가 있냐는 질문에 “서초와 강남은 새로운 자원을 발굴하는 지역구로 운영하고 있다”며 “전체 틀에서 (공천 과정이) 운영됐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유 의원의 ‘경선 요구’를 사실상 거절했다. 또 다른 공관위 관계자는 “이미 고 전 사장이 우선추천 됐고 (국민의힘이) 경쟁력 없는 (기존 강남병) 예비후보들끼리 경선을 시켜서 후보로 내세울 이유도 없다”며 “오늘 입장문을 통해 어느정도 (유 의원의 이의신청이) 해소됐다고 본다”고 귀띔했다. 컷오프에 이의를 제기한 다른 의원들에 대해서도 공관위는 기각할 예정이다.

한편 컷오프 된 일부 의원들이 국민의힘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채익 의원(울산 남구갑)은 지난 5일 SNS에 “잠시 떠나더라도 승리해서 복귀하겠다”며 무소속 출마를 암시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이 저를 버렸다”며 “당을 개혁하고 정의가 살아 숨쉬면서 공정이 평가받는 당이 될 수 있도록 제가 최전선에서 중진의원의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이 의원 지역구는 ‘국민추천제’ 대상 지역구로 선정돼 사실상 이 의원은 컷오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