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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증시 상승의 수수께끼 [시라이 사유리 - HIC]

이 기사는 해외 석학 기고글 플랫폼 '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1월 12일 도쿄에서 시민들이 주식시장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이날은 닛케이225 평균주가가 35,577.11로 마감한 날로 전 거래일 대비 1.5% 상승, 약 3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EPA]

일본 증시 상승의 수수께끼

일본 증시는 작년 이후 대호황을 누리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의 주식시장 중에서도 유독 일본증시가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6월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본 주식에 대한 투자 열풍이 일어나면서 닛케이평균주가는 3만엔 대를 돌파했다. 2024년 새해에도 고공행진 중이다.

그렇다고 일본의 거시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월등하게 견조한 것은 아니다. 기업의 본업 이익률 또한 크게 개선됐다고 하기는 어렵다. 작년 일본의 경제성장율은 2%를 밑돌고 올해는 약 1% 수준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본 주식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신기한 현상이다.

일본 증시 랠리의 시작:워렌 버핏, 일본 5대 상사의 지분 확대

작년 4월 워렌 버핏은 직접 일본에 방문해 일본의 5대 종합상사 주식의 지분을 늘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은 일본 증시 상승에 크게 일조했다. 워렌 버핏은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의 회장이자 저명한 투자자다. 일본의 5대 종합상사는 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이토추 상사, 마루베니, 스미토모상사다. 워렌 버핏은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가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판단했다고 매입 이유를 밝혔다. 이후에도 꾸준히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투자 의사를 밝혔다.

일본 증시의 상승 랠리를 견인하는 주체는 외국인 투자자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 ‘열광적인’ 일본 투자 붐이 일고 있다. 일본 주식 거래량의 약 70%는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 경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투자를 확대했고 그 결과 일본 증시가 상승했다. 워렌 버핏이 외국인 투자자가 일본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외에도 외국인 투자자가 일본에 기대 심리를 갖게 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2023년 3월 일본 금융청과 도쿄증권거래소가 실시한 주가순자산비율(PBR) 개선 정책이다.

기업 거버넌스 개혁에 대한 기대감

2015년 일본은 국가 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영국의 기업지배구조 헌장(Corporate Governance Code)을 참고해 ‘기업 거버넌스 코드’를 도입했다. 기업의 거버넌스 개혁을 통해 ‘돈 버는 힘’을 키우고 해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주식 시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입 이후 2018년, 2021년 등 3년마다 개정하고 있다.

기업 경영인에게 자본 비용을 의식하도록 유도해 일본 기업의 ‘돈 버는 힘’을 미국 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투자자에게 최소한의 투자리턴(자본 비용)을 보장하고 실제로 더 많은 리턴을 받을 수 있도록 기업의 경영 개혁을 채찍질해왔다. 그 결과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거래 기업 간 ‘상호주식보유’ 관행이 개선됐다. 기업이 해당 주식을 보유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공시해야 하는 의무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2022년에는 도쿄증권거래소의 프라임 시장을 대상으로 독립 사외이사 및 여성 이사, 간부 인원수를 늘리고 영문 공시를 의무화하는 등 강화된 정보공개 지침을 적용했다.

기업의 ‘돈 버는 힘’은 조금씩 개선됐지만 기업의 ‘돈 버는 힘’과 이에 대한 주주들의 평가는 투자자가 만족할 만큼 충분히 개선됐다고 할 수 없다. 특히 미국에 비해 수익률이나 주주 평가 간 큰 괴리가 있다. 일본의 상장기업 중에는 ‘돈 버는 힘’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투자자가 최소투자리턴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8%에 미치지 못하거나 혹은 주식에 대한 평가값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기업 청산가치인 1배를 밑도는 기업도 적지 않다. 특히 PBR이 1배 이하라는 것은 자산 가치가 기업의 청산가치보다 낮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 상장기업으로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따라서 일본 금융청과 도쿄증권거래소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주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경영 노력을 촉구하기 위해 2023년 3월에 ‘PBR 개선’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요구 사항으로 기업의 현황 평가 및 앞으로의 성장 방향 모색과 목표 설정, 구체적인 대책 마련 및 실행 시기 등에 대한 정보 공개가 포함됐다. 그리고 올해 1월에 기업의 공시 현황에 대한 개요를 발표했다. 실제로 정보 공개한 상장기업은 851개사(프라임 시장 상장 기업 수는 1565개사)이지만 PBR이 낮은 기업일수록 공개하는 경향이 있었다. 즉 주가가 낮은 기업이 위기감을 느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정보공개는 매년 이뤄지기 때문에 상장된 기업에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이다. 이를 통해 일본 기업이 ‘돈 버는 힘’을 키워서 ROE를 높이고 배당 성향 및 자사주 매입을 더욱 확대하고 PBR 또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일본 기업도 미국 기업처럼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배당성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청 및 도쿄증권거래소의 PBR 개선을 위한 압박이 자사주 매입 및 배당 성향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 투자했던 미국 및 유럽 투자자들의 귀환

일본 증시가 호황을 이루는 그 외의 요인으로는 미국 및 유럽의 투자자들이 중국 경제 둔화 및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중국에 대한 투자 의욕이 꺾였고 그 대안으로 일본을 선택한 것을 들 수 있다.

과연 실제로 일본 기업의 ‘돈 버는 힘’이 개선됐을까. [표1]은 2010년 이후 일본 기업의 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매출액 영업이익률’과 매출액을 경상이익으로 나눈 ‘매출액 경상이익률’을 나타낸 것이다.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높은 수준이지만 본업인 영업활동에서 나오는 수익을 나타내는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 두 지표 간의 차이는 본업 이외의 이익이므로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이다. 즉 일본 기업이 본업에서 돈을 잘 벌게 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일본 증시 랠리의 배경에는 해외 자회사가 벌어들인 수익이 포함된 연결 수익 개선도 한 몫하고 있다. 해외 자회사의 매출이 증가해서 수익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초엔저(円安) 기조의 영향으로 엔으로 환산된 이익이 크게 부풀려져 있다.

한편 도쿄증권거래소는 시장구분개혁을 통해 2022년 4월부터 시장 구분을 3개(프라임, 스탠더드, 그로스)로 재편했는데 [표2]는 그 중 프라임 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 및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나타낸 것이다. PBR은 다소 개선되었지만 PER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일본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외국인 투자자들과 같은 열광적인 주식투자 열풍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국 주식에 관심을 갖는 일본 투자자

1980년대 일본의 개인투자자들은 열광적으로 주식에 투자했다. 당시 외국인 투자자의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일본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2012년말 총선거 이후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자민당은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앞세워 승리를 거두고 여당으로 복귀했다. 이후 발표된 일본 은행의 대규모 금융 완화책 및 경제 재생 프로그램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의 기대감이 부풀어올랐다. 외국인 투자자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 기업이 대대적으로 거버넌스 개혁에 나서서 ‘돈 버는 힘’을 키우고 있다는 국내 보도는 보기 힘들다. 현 정부에서는 주식, 투자신탁의 자본이득(capital gain), 그리고 배당을 비과세 대상에 포함하는 ‘소액투자 비과세 제도(NISA)의 확대 도입을 발표했다. 투자 상한액이 기존의 3배인 연간 360만엔으로 인상되고 비과세기간 무기한으로 늘어났다. 그 결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주식투자신탁에 자금이 유입됐다. 다만 관심이 쏠린 것은 외국의 주식 및 투자신탁에 한정된다. 일본의 청년층은 자국 기업의 ’돈 버는 힘‘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 같다.

일본 기업은 최근 유지보수, 자동화, 디지털화, 친환경 사업 등 국내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현금흐름(cash flow)을 고려한 보수적인 설비 투자나 소폭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소극적인 투자 행동을 보이는 것에 그친다. 당연히 자본스톡에는 변화가 없고 잠재성장률 또한 0.6% 수준으로 낮다. 기업활동에서 얻은 수익을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배당을 늘려서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돈 버는 힘’을 키워 나가기 위해서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투자전략 및 기술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앞으로 일본 기업이 외국인 투자자의 기대에 부응하고 건전한 리스크 테이킹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해 나가기 바란다.

시라이 사유리 일본 게이오대 종합정책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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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 (Herald Insight Collection)
'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HIC·Herald Insight Collection)'은 헤럴드가 여러분에게 제공하는 ‘지혜의 보고(寶庫)’입니다.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 배리 아이켄그린 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수 등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 뿐 아니라, 양자역학·인공지능(AI), 지정학, 인구 절벽 문제, 환경, 동아시아 등의 주요 이슈에 대한 프리미엄 콘텐츠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칼럼 영어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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