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새해 벽두부터 뜨겁게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22일(현지 시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3만8000선을 넘어섰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전날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를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이고 중동 등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는 악재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는 흐름이다. 일본도 닛케이225 지수가 장중 3만6500선을 웃돌면서 1990년 2월 이후 약 3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해 화색이 돌고 있다. 거품 경제 시절인 1989년 말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나온다. 반면 코스피는 올들어서만 7% 하락해 울상이다.
미국 증시의 상승을 이끄는 힘은 AI 등 기술 혁신에 있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일명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M7)’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들이 앞다퉈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을 적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투자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AI 반도체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도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은 신기술 경쟁을 통해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치열한 첨단기술 경쟁과 혁신이 증시 호황을 이끌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 증시 훈풍 배경에는 초저금리와 미중 갈등으로 중국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쏠린 덕이 크지만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기업지배구조 개선 결과라는 시각이 많다. 일본은 그동안 좋은 실적에도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돼왔는데 배당 확대와 지분 구조 개혁을 통해 꾸준히 체질 개선에 나선 게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사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힘을 못받는 한국 증시에 시시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리 증시 부진은 연초부터 북한의 도발과 미국 금리 인하 지연, 중국 경기 침체와 연동된 한국 경제 체질 탓이 우선 크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투자환경이 나아져야 한다. 그동안 주가관리는 대주주 이익 중심으로 움직이고 소액주주는 소외돼온 게 현실이다. 주가를 높일 유인이 없어 낮게 주가를 유지해온 것도 사실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과 OECD 회원국 평균(28%)을 크게 웃도는 높은 배당소득세율(50%) 등도 그렇다.
공매도 한시적 금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잇단 증시 대책에도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이런 요인들이 겹친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주요 기업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이익 환원 요구 등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