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준(準)조세’나 ‘그림자 조세’로 악용되는 부담금이 도처에 남아 있다”며 현행 91개에 달하는 부담금 제도 전면 개편을 지시했다. 이에따라 1961년 도입된 법정 부담금 제도가 63년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공익사업이라는 미명아래 부과하는 부담금이 가계소비와 기업투자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있어온 지 오래다. 합리성이 떨어지는 부담금은 솎아내야 했지만 구조조정 노력을 게을리해 지금도 시대착오적 징수가 일상 곳곳에 포진해 있다. 영화관객을 대상으로 티켓가격의 3%를 거둬들이는 영화발전기금, 공항을 통해 출국할 때마다 1만1000원씩 납부하는 출국납부금, 여권 발급자에게 국제교류기여금 명목으로 1만5000원을 징수하는 국제교류기여금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껌에도 판매가의 1.8%를 일괄 부과하고 있다. 수영장 등 다른 체육시설과 달리 회원제 골프장 이용자에게만 1000~3000원을 징수하던 부가금은 2019년 위헌 판결이 나왔다. 부담금이 방만하게 운영되면서 2002년 약 7조4000억원이던 총액이 올해 24조6157억원으로 3배 넘게, 2014년(약 17조2000억원) 대비 10년 새 약 43%(7조400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과거 정부도 무분별한 부담금에 대한 시민·경제단체의 비판을 의식하긴 했다. 2002년 부담금관리기본법을 시행하면서 부담금 조치의 필요성을 3년마다 평가해 합리성이 떨어지는 경우는 폐지하게 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대한상의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폐지된 부담금은 미미하고 20년 이상 유지되는 부담금은 67개로 전체의 74%에 이른다. 조세법률주의나 국회 통제가 없고, 보이지 않는 세금인 탓에 국민 조세 저항도 크지 않다보니 정부는 재정 충당 수단으로,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사업비 확보 수단으로 손쉽게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수명이 다한 부담금까지 없애지 않고 정부와 지자체가 편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꼼수 증세’나 마찬가지다. 63년 만의 대수술이란 기치를 내건 만큼 이번에는 국민이 납득할만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다만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세수가 줄고 재정적자 폭이 커지는 상황에서 일거에 부담금 공백이 발생하면 꼭 필요한 공익사업이나 취약계층 지원 사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실제로 올해 걷힐 부담금 가운데 18조원이 중앙정부 기금에 활용될 예정인데 이는 올해 전체 기금 예산의 8.3%에 이른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반발도 클 것이다. 필요하다면 목적세 등 정상적 부과 체계를 마련해 사회적 설득작업을 거쳐야 한다. 야당도 민생 회복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협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