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초선 사무총장…작심 발언에 당도 주목
‘시스템 공천 도입’ 구체화 전망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이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야당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 요구와 관련해 논평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국민의힘이 또다시 대통령실발(發) 공천 우려에 휩싸였다. 김기현 지도부가 물러나고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이 공천관리위원회에 참여하며 ‘수직적 당정관계’ 논쟁이 재점화됐다. 당 내에서 윤심(尹心) 공천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총선 실무를 맡는 장동혁 사무총장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장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의힘은 원칙과 기준을 세워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이기는 공천을 하겠다”며 “국민 여러분, 언론인 여러분, 지켜봐달라. 함께 가면 길이 되고 함께 가면 힘이 되고 함께 가면 답이 된다”고 강조했다.
통상 공식 석상에서 지도부 발언은 사전 원고를 토대로 이뤄지는데, 해당 발언은 즉석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철규 의원의 공관위 합류가 ‘윤심 공천’을 위한 포석이란 해석을 낳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장 사무총장은 같은 날 오전 MBC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제 직을 걸고라도 공정한 공천, 그리고 이기는 공천을 하겠다”고 말했다.
재선의 이 의원은 김기현 지도부 초대 사무총장으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직후 사퇴했으나 곧바로 인재영입위원장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한동훈 비대위에서도 인재영입위원장에 유임되며 친윤 중에서도 핵심 인사로 분류됐다.
그런 이 의원의 공관위 합류는 ‘기정사실’이었다는 것이 당 내 중론이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이 의원이 들어가지 않으면 그것이 ‘혁명’이었을 것”이라며 “이 의원이 공관위에 들어가지 않으면 ‘비선’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들어갈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지도부 관계자는 “집권당에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은 공천이 이뤄진 적은 드물었다”며 “’명분’을 중요시하는 윤 대통령의 성격상 이 의원이 공관위에 들어가는 것이 공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 11일 여의도 당사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은 이철규 의원 등을 포함한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완료했다. [연합] |
장 사무총장이 ‘원칙과 기준’을 언급한 만큼, 오는 16일 가동되는 공관위에선 윤심 공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공천 룰 재정비가 예상된다. 지난해 말 활동을 마친 총선기획단의 발표와 같이 ‘정량 평가’ 비중을 크게 높인 시스템 공천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나온다.
공천 국면에서 공천 룰 밑그림과 전략지역 선정에 관여하는 사무총장은 앞선 선거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일례로 지난 2020년 미래통합당 공천 당시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사적 공천으로 물의를 빚고 물러나자 황교안 전 대표는 ‘친황계’ 인사로 당 공천을 뒤집었다. 그 중심에는 박완수 전 사무총장이 있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친이계’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공천을 주도해 친박계를 공천에서 배제시켰다.
장 사무총장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통상 재선 이상 현역의원이 사무총장을 맡는 관례와 달리, 그가 이례적인 초선 사무총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 사무총장은 지난 2022년 6월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0.5선’이다.
다만 한 위원장이 그를 사무총장에 발탁하는 파격적 결정을 내렸던 만큼 당은 장 사무총장의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당 내에는 ‘73년생 비정치인’인 한 위원장이 ‘영 라이트(young right·젊은 보수)’ 이미지에 힘을 싣기 위해 장 사무총장을 임명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장 사무총장이 친윤 주류와 달리 한동훈 비대위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임명 당시 탕평 인사란 해석도 나왔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초선이긴 하지만 장 사무총장이 수직적인 당정관계를 보이는 한동훈 비대위에 쓴소리를 할 경우 그 영향력은 엄청날 것”이라며 “만약 비대위나 공관위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한동훈 비대위가 지닌 ‘혁신’ 이미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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