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총장→인재영입위원장→공관위원까지 ‘요직’ 유지
“한동훈을 얼굴로 내세웠을 뿐…김기현 때와 달라진 것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 앞서 회의장 밖에서 지지자와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김진 기자]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관리위원회 합류를 두고 당내에서는 “실세는 이철규”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의원은 윤재옥 원내지도부를 제외하고 김기현 지도부 때부터 당 지도부 요직을 계속 맡고 있는 ‘유일한’ 의원이다. 한동훈 비대위 출범을 주도한 이 의원은 올해 4월 총선 공천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부산항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비대위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의 공관위원 인선에 ‘윤심’이 작용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건 아니다. 공천과 지금 당을 이끌고 있는 것은 저”라며 “저와 공관위원장께서 공정한 공천, 설득력 있는 공천, 이기는 공천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자신의 당 장악력을 다시 한 번 강조했지만, 실제 ‘당의 얼굴’은 한 위원장이, ‘실무’는 이 의원이 맡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 김기현 전 대표 사퇴 직후부터 ‘한동훈 비대위’ 여론을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처럼 정치 경력이 있는 인물이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하고, 한 위원장은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지휘해야 한다는 의견이 처음엔 우세했지만 이 의원이 ‘한동훈 비대위’를 밀자 당 여론은 바뀌었다.
이 의원은 김기현 체제 출범 직후 사무총장을 맡았다가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스스로 직을 내려놨다. 하지만 사퇴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하자 인재영입위원장 사의를 표명했지만 한 위원장은 이 의원을 유임시켰다.
친윤계 핵심으로 용산 대통령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온 이 의원이 이번 인선 발표를 통해 입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것이 주된 평가다.
복수 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의원은 김기현 체제 당시 공관위원 인선 가안에도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인 이철규 의원이 지난 11월 국회에서 열리는 인재영입위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
당내에서는 이번 공관위를 ‘무색무취’하다고 보고 있다. 실무형 공관위를 목표로 했다는 것인데 이 의원의 영향력을 보다 잘 행사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도부 관계자는 “공천이나 총선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사무총장과 여의도연구원장을 초선, 원외로 교체한 것은 이 의원 본인이 (공관위에) 들어갈 공간을 스스로 만들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재영입위원장에 (이 의원이) 유임됐을 때도 사실 인재영입 밑그림을 본인이 다 그린 다음에 한 위원장과 공동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기로 한 것”이라며 “한 위원장을 ‘얼굴’로 앞세운 것 뿐이지 김기현 지도부와 달라진 것이 없다. 이 의원을 중심으로 공천도 진행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민의힘을 비대위로 이끈 ‘수직적 당정관계’가 지속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의원은 사무총장이었던 지난해 8월 의원총회에서 “함께 타고 있는 배에 구멍을 내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하지 못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낳았다.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의원들 ‘입 단속’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 관계자는 “이번 주말까지는 이 의원이 비판 받겠지만 다음 주부터 회의하면서 공천룰이 발표되고 불출마자, 낙천자가 발표되면 사그라들 것으로 본다”며 “이 의원이 무리수를 둬서 (공관위에) 들어간 만큼 이 의원도 (공천에는)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지도부 때부터 ‘검사 공천은 없다’는 기조를 밝혔던 것을 이 의원도 의식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편 공관위원들은 ‘불출마’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공관위원들이 인재영입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그 중에서 출마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게 당 관계자 설명이다. 한 위원장도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공관위원은 모두 불출마해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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