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통합 메시지로 큰 그림 그려야”
“정치양극화 극복의지 스스로 보여라”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부산 방문 중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회복을 이어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반병실로 병상을 옮겼다. 가족 외 면회가 일체 불가능한 중환자실을 벗어난 이 대표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게 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의 첫 메시지의 키워드는 ‘통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제1 야당 대표에 대한 테러 원인으로 지목되는 정치 양극화와 총선을 앞두고 분열의 길을 걷고 있는 당내 상황을 고려한 발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대표가 피습을 당하면서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 동력이 떨어지고 최후 통첩을 예고했던 비명계 소장파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이 침묵하고 있다는 점도 이 대표의 메시지 방향 설정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민주당 초선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 대표에 대한 테러는 적대적 정치문화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이같은 문제를 우리 정치권에서 해소해야 한다는 말을 해야 한다”며 “당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서로에 대한 혐오에 기반한 분열에 대해서도 ‘책임지고 개선해 나가겠다’, ‘나부터 이견을 가진 분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메시지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재선 의원은 “병상에 누워있는 이 대표의 옆에 있다면 통합과 연대를 강조하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런 잔인하고 참혹한 일이 벌어진 이유는 정치의 극단화 때문”이라며 “개인의 능력만으로 살아남는 각자도생 사회에서 벗어나 연대와 연합, 통합을 통한 상호공존 사회로 가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탈당을 하겠다는 분들과 당의 분열 상황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은 않겠지만 그 부분도 고려하지 않을 순 없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회동을 마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 |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0월 23일 오랜 단식으로 입원했던 병상을 떠나 당무에 복귀하면서도 통합을 강조한 바 있다. 단식 중 국회에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로 이른바 ‘가결파 의원’들을 징계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높던 상황에서 징계를 일축하며 이들을 포용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다만 이 대표의 통합 메시지가 미칠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통합 의지를 줄곧 강조해왔지만 실질적인 노력은 부족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공허한 메시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대표직 사퇴와 통합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이낙연 전 대표의 요구에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원칙과상식 의원들과는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는 그동안 이 전 대표와 원칙과상식에 대해 별로 중요하게 생각을 하지 않아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겠느냐”며 “기존 지도부의 생각과 달리 이들을 포용하고 통합된 모습으로 가는 것이 본인의 정치적인 미래나 가까운 총선을 위해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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