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연대’ 장제원 불출마 선언에 빨라진 결단 시계
비주류선 “대표직 내려놔야”…친윤계 “대표 유지-불출마”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거취 결단을 앞두고 막판 고심에 들어갔다. 친윤 핵심으로 불린 장제원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틔운 인적 쇄신 불씨가 곧장 ‘김장연대’ 파트너였던 김 대표에게 옮겨붙은 모습이다. 당 내에서는 대표직 사퇴,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가능성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는 12일 국회 당대표실에 출근하지 않고 모처에서 거취 관련 고민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오후 윤재옥 원내대표, 이만희 사무총장 등 지도부와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연탄 나눔 봉사활동에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공개 일정을 전부 취소했다.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전날 총선 불출마를 시사한 데 이어 이날 “부족하지만 저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 달라”고 전격 선언을 하면서 김 대표의 결단 시기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 내에서는 김 대표가 이르면 13일 거취 결단을 내릴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13일 총선 공약 등을 논의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열기로 한 정책의원총회도 취소했다. 소속 의원들이 다수 참석하는 의총에서 김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이견이 분출될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3선의 하태경 의원과 5선의 서병수 의원 등 수도권 출마자, 비주류를 중심으로 김 대표의 사퇴론이 제기되자 영남권, 친윤계 초선들이 “내부 총질” “자살특공대” 등 거친 표현까지 동원하며 반발한 바 있다.
김 대표가 내릴 수 있는 선택지는 ▷대표직 사퇴 ▷총선 불출마 ▷험지 출마 등으로 좁혀진다. 총선에서 서울 마포갑 출마를 선언한 재선의 이용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공개 서한에서 “저의 소견으로는 대표님의 희생과 헌신이 불출마나 험지 출마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럴 책임도 그럴 이유도 없다”며 “당 대표로서 응답하는 정치적 책임일 뿐이므로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고 제언했다. 앞서 제기된 사퇴론이 지난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와 혁신위 조기 종료, 정부·여당 견제론 상승 등 여론 악화에 기인한 만큼 4선 의원 김기현이 아닌 당대표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즉생(死卽生)은 당 구성원 전체에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김기현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전날 김 대표가 사퇴 요구에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 각오와 민생을 살리는 모습으로 보답해 나갈 것”이라고 답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 지사는 “김기현 대표는 뭘 그렇게 욕심을 내는가”라며 “당 구성원 모두가 사즉생을 하라며 책임을 구성원들에게 돌리고, 대표직에서 뭉개고 있는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할 경우 윤재옥 원내대표가 당헌·당규에 따른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다만 윤 원내대표는 총선까지 이어질 21대 국회 임기 말 여야 협상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결국 비대위 체제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선 김 대표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표직 수행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차기 당권을 놓고 당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기현 지도부 1기 체제에서 수석대변인을 지낸 유상범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표직 사퇴는 비대위 문제로 전환돼서 적절치 않은 부분”이라며 “여러 가지 고민을 하신다면 불출마 선언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하실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 친윤계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대표직은 내려놔선 안 된다”며 “총선까지 4개월밖에 안 남았는데 언제 비대위를 꾸리고, 어떻게 총선을 치르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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