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파동’ 일었던 보수당 공천…“2004년 ‘김문수 공관위’만 성공”
김문수, 당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몰아내 제1야당 자리 지켜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는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만희 사무총장 등 '당 4역'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제공]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제2의 인요한’이 될 수 있을까.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한 방’이 김기현 지도부를 다시 흔들고 있다. 당 지도부와 전면전 끝에 혁신위원회가 조기 해산한 뒤 안철수, 하태경 등 당내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기현 대표의 ‘희생’을 촉구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다. 당내에선 공관위 칼 끝이 김 대표를 향하는 순간 ‘공천파동’이 재현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감지된다.
10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공관위원장 인선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공관위원장 후보자 설득에 성공했고 해당 후보자는 신변을 정리 중이라고 여권 관계자는 전했다. 국민의힘은 호남, 청년, 여성을 중심으로 한 공관위원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오는 28일 ‘쌍특검법(김건희·대장동 특검)’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될 예정이라 공관위 발족 시점은 조율 중이다.
공관위원장으로는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안대희 전 대법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이양희 전 윤리위원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이 거론된다.
김병준 회장은 당초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측근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공관위원장을 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한길 위원장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등판하기 보다 주변인을 추천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전 대법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지만 검찰 출신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내년 총선에서 ‘검사 공천’, ‘윤심’ 등 키워드가 금기로 여겨지는 가운데 안 전 대법관이 공관위원장이 되면 리스크가 뒤따른다는 것이다. 복수 지도부 관계자는 “이번 공관위원장은 용산과 여의도를 잇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온건’한 인물이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
여권에선 김 대표와 공관위원장의 ‘관계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대표와 공관위원장 간 기싸움이 공천 파동으로 이어졌던 전례 때문이다. 김기현 지도부가 공관위가 출범하면 지도부의 역할은 미미해진다는 ‘당대표 위 공관위원장’ 논리를 앞세워 거취 판단을 미루고 있지만, 실제로는 ‘공관위원장 위 당대표’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국민의힘의 경우 역대 공관위원장이 당대표의 뜻을 거스르지 못한 채 쓸쓸하게 퇴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21대 총선 당시 공관위원장을 맡았던 김형오 전 의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를 반전시키기 위해 친박계 인사들에 대한 공천을 차단했다. 같은 맥락에서 김무성 전 대표 등 탄핵을 주도했던 이들에게도 공천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가 ‘공천 번복’으로 맞불을 놓으며 공천 파동이 일었다.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의 과반 압승이었다.
2016년 총선 당시에는 김무성 전 대표의 ‘옥쇄 파동’이 있었다. 친박 색채가 강한 이한구 당시 공관위원장이 ‘진박(진짜 친박)’에는 공천을 주고 ‘비박’은 전면 배제하는 공천을 단행하며 파행을 빚은 것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어 원내 2당으로 밀려났다.
공관위원장의 ‘성공 사례’로는 지난 2004년 총선이 꼽힌다. 당시 공관위원장을 맡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취임 직후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공천에서 배제하고 그를 당대표직에서 밀어냈다. 최 대표가 사퇴한 뒤 당권을 쥔 당시 박근혜 대표는 공관위원장의 공천권을 인정했다. 한나라당은 17대 총선에서 121석을 얻으며 제1야당 위치를 지켰는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불 때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사회생’했다는 평이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회의에선 혁신위원회의가 내놓은 제안들이 하나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상섭 기자 |
현역 의원들은 차기 공관위원장이 ‘안정’ 대신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역대 공천 때마다 보수당에서 내홍이 불거졌던 이유는 공천관리위원장에게 공천을 맡기지 않았던 당 대표들 때문”이라며 “김 대표도 ‘김문수 공관위’ 때처럼 본인이 공천에 손 하나 대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우리당이 수도권에서 (의석 확보를) 기대할 만한 지역이 49개 중 6개 뿐”이라며 “김기현 지도부의 안일한 판단이 패착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김 대표가 내년 총선에 모든 것을 걸려면 결단의 시기도 앞당겨야 한다. 그래야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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