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등 정의당 이탈, 금태섭 신당 합류
총선 전 진보진영 제3 세력화 속도
조응천(왼쪽부터), 이원욱,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칙과 상식, 안병진 교수에게 듣는다’ 간담회에서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비명(비이재명)계 중진 이상민 무소속 의원에 이어 당내 대표적인 비명계 의원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의 탈당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심화되면서 당의 ‘균열’이 심상치 않은 모양새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정의당은 현역 의원까지 포함된 당내 특정세력이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면서 ‘분열’되고 있다. 모두 총선을 앞두고 제도권 진보진영의 ‘세력 재편’이 가시화되고 있는 정국 상황을 대변한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 계파갈등이 공천·전당대회 규칙과 관련한 당헌 개정 이후 극에 달하고 있다. 전날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의 투표 반영 비중을 높이고, 평가 하위 10%인 현역 의원의 경선 득표 감산 비율을 20%에서 30%로 확대하는 당헌 개정안은 비명계 반발 속에서도 67.6%의 찬성으로 최종 의결됐다.
‘원칙과 상식’ 의원들은 지도부가 갑자기 현역의원 페널티를 강화한 것은 비주류에 공천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윤영찬 의원은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 범위(하위 10%) 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의원들을 공천에서 사실상 탈락시키겠다는 의도”라며 “당연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응천 의원도 MBC 라디오에서 이에 대해 “미운털이 박히면 확실하게 손 볼 수 있겠다”라고 지적했다. 김종민 의원은 KBS 라디오에 나와 “대표 마음대로 하는 공천이 아니라 시스템대로 하는 공천이 이번에 깨졌다”며 “약속도 안 지키는 정당의 의사 결정을 국민이 신뢰할까”라고 비판했다.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간 정면충돌 불씨가 살아있는 가운데 ‘12월 내 최종 결단’을 예고한 원칙과 상식은 오는 10일 국회에서 국민 500명 이상을 초청해 당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토크쇼를 열고 세몰이에 나선다. 여기에서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내주 중 당내 민주주의 회복 및 팬덤 정치 극복 등 구체적인 개혁 요구안을 정리해 이재명 대표에게 전달한다고, 수용 여부에 따라 거취를 결단한다는 것이다.
김종민 의원은 “연말까지 저희 요구에 대해 당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 가를 볼 것”이라며 “완전히 ‘이재명 패권 정당’으로 간다는 게 분명하면 다른 선택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원칙과 상식 소속의 윤영찬 의원이 ‘신당’ 군불을 때는 이낙연 전 대표의 최측근이란 점과도 맞물려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장, 조성주 ‘세번째권력’ 공동운영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새로운선택·세번째권력 공동 신당 창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
정의당에서는 ‘세력 탈당’이 공식화됐다. 정의당 내 청년 그룹인 ‘세번째권력’은 이날 금태섭 전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는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와 신당을 공동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의당 ‘세번째권력’은 지난해 전국동시당직선거에서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조성주 후보와 정의당 비례대표 현역인 류호정 의원이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금 대표와 이들은 이들은 창당하는 신당에 대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성숙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함께하는 제3지대 연합정당”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류 의원은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당분간 정의당 소속을 유지할 예정이지만, ‘세번째권력’과 함께하는 정의당 당원의 신당 합류가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정의당 대변인을 맡았던 이재랑 전 대변인은 탈당 후 ‘새로운선택’에 합류했다.
조성주 공동운영위원장은 “아직도 정의당 안에서 신당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분들이 남아 있어 그 분들을 더 설득하는 작업을 동시에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진보진영의 세력 재편이 빨라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총선 때마다 되풀이되는 신당창당 형식의 세력재편 시도가 영향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양당 독식구조의 선거제도가 개편되지 않고서는 제3 지대 세력화는 현실적인 한계가 크다.
한 민주당 의원은 “신당이 총선에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은 과거 사례가 계속 증명해 왔다”며 “진보 진영에서 군소 세력들이 신당을 추진하고 있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탈당해서 신당을 창당하거나 합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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