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공천권 쥔 이재명과 개딸 의식한 것”
“권리당원 표 가치 3배 증가는 지나친 결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의원제를 축소하는 당헌 개정안을 최종 의결하자 ‘전국 정당화’를 포기했다는 당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당헌 개정으로 상대적으로 당원 수가 적은 영남 등 지역 당원을 대변하는 목소리에 힘이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영남 지역 원외 인사들이 이번 당헌 개정에 찬성하는 입장을 내비친 점은 향후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이들이 공천을 염두해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와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며 지역의 이해관계를 포기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의원제 축소 의결로 인한 민주당 내 갈등이 심화할 전망이다.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은 친명계가 내년 전당대회에서 차기 지도부까지 차지하기 위해 전국 정당화의 기반인 대의원제를 무력화시켰다고 주장한다. 호남에 비해 당원 수가 현저히 적은 영남의 경우 대의원제를 통해 지역의 이해를 당내 의사결정 등에 반영 시켜왔다. 이 같은 역할을 했던 대의원제가 당헌 개정을 통해 권한이 축소되면 사실상 민주당 내에서 영남 당원들의 목소리는 소외될 수 밖에 없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시대에 따라 룰도 변해야 하는 것이지만, 이번 축소는 지나치다”라며 “내년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해 비율 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남 당원은 호남에 비해 여전히 그 수가 현저히 적고, 앞으로도 정당의 지역색이 옅어질 순 있어도 없어질 순 없다”라며 “친명·비명을 떠나 이번 결정은 정당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당헌 개정 과정에서 영남지역 원외 인사들이 적극 호응했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공천 눈치를 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도부가 총선 공천을 앞둔 시점에 당헌 개정을 시도한 것에 대한 비판과 같은 문맥이다. 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를 해야 하는 인사들의 입장에선 총선 이후로 예정된 전당대회 룰을 바꾸겠다는 이재명 대표와 ‘개딸’이라 불리는 강성지지층의 의지에 반기를 들기 어렵다. 실제 전날 중앙위원회 당헌 개정 표결 전 이뤄진 토론에서 영천·청도, 경주 등 TK(대구·경북)지역 당원들을 대변하는 일부 지역위원장들이 대의원제 축소에 찬성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 재선 의원은 본지에 “영남 지역 인사들이 앞에 나와서 대의원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당에서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는 개딸을 의식하고, 공천을 받고 싶어 지역에 있는 당원들의 권리를 포기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전날 중앙위원회를 통해 기존 60대 1이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비중을 20대 1 미만으로 줄였다. 그 결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는 기존의 3배 이상 높아졌다. 친명계는 “민주주의의 원칙은 1인 1표”라는 논리로 대의원제는 폐지 수순을 밟아야 하는 제도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y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