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다선 중진 불출마 압박 세질수도”
강원 한기호-이양수…경북 박형수-김재원 구도
부산 남구는 본선 격전지 유력
지난 2022년 1월13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 두번째)와 노후아파트를 둘러보러 온 서울 노원 지역구 우원식, 김성환, 고용진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
[헤럴드경제=김진·양근혁 기자] 정치권이 국회에 제출된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놓고 술렁이고 있다. 이대로면 여야할 것 없이 당 내 경선에서 다선 중진, 지역맹주들 간 ‘집안 싸움’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현역의원들이 우려를 제기하면서 앞으로 이어질 여야 원내지도부의 선거구 협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7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서울과 경기도 선거구 감소를 놓고 현역의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노원 1석, 경기 안산·부천 2석이 줄었는데 현역의원들 모두 전·현직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데다 다선 중진이 여럿 포함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번 획정안대로라면 노원에서 고용진(재선·갑) 우원식(4선·을) 김성환(재선·병) 의원 중 1명은 선거구를 잃게 된다. 부천에서는 김경협(3선·갑) 설훈(5선·을) 김상희(4선·병) 서영석(초선·정) 의원 중 1명이 선거구를 잃는다. 안산은 전해철(3선·안산상록갑) 김철민(재선·안산상록을) 고영인(초선·안산단원갑) 김남국(초선·안산단원을) 의원의 선거구가 3곳으로 줄어든다.
이들 중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코인 투기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 뿐이다. 이에 한 정치권 인사는 “자신의 선거구가 어떻게 쪼개지느냐에 따라 의원들의 경선 셈법도 복잡해질 것”이라며 “한때 동료였던 의원들이 총선 경선에서 라이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선 중진의 경우 총선 전 물갈이 요구까지 맞물려 불출마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향권에 든 지역 일부 의원들은 민주당 원내지도부에 우려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10월18일 속초 엑스포 잔디광장에서 열린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착공 기념식에 참석해 착공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 한기호 의원, 윤 대통령,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진태 강원도지사. 2022.10.18 [연합] |
국민의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강원과 경북은 선거구 감소 대신 ‘구역 조정’이 이뤄졌는데, 그 과정에서 전·현직 의원들 간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강원에서는 춘천시가 갑·을 선거구로 빠지면서 서울 면적의 8배에 해당하는 ‘속초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고성군’ 거대 선거구가 만들어졌다. 이대로면 한기호(3선·춘천철원화천양구을) 이양수(재선·속초인제고성양양) 의원이 경선에서 맞붙게 된다.
경북에서는 군위군이 대구에 편입되면서 울진에 불똥이 튀었다. 군위군이 있던 선거구가 ‘의성군-청송군-영덕군-울진군’으로 묶이면서 박형수(초선·영주영양봉화울진) 의원과 3선 출신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의 경쟁 가능성이 나온다. 박 의원이 울진 출신이고, 출마설이 나오면 김 전 최고위원이 의성 출신이기 때문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소지역주의가 강한 지방에서는 고향이 강력한 출마 동기가 된다”며 “출신지의 인구 수와 세(勢)에 따라 당락이 갈리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실제 김 전 최고위원은 지난 20대 총선 선거구 통합으로 탄생한 ‘군위군-의성군-청송군-상주시’에 도전했으나 상주 출신 김종태 의원에게 경선에서 패한 바 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기술적으로 선거구를 나누는 바람에 지리적, 문화적으로 교류가 없는 공룡 선거구가 생겨났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전날 조정 대상에 오른 선거구 현역의원들이 우려를 제기하자 ‘향후 여야 협상에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본선에서는 부산 남구가 격전지로 떠올랐다. 이번 획정안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초선·남구갑)과 박재호 민주당 의원(재선·남구을)의 선거구가 1곳으로 통합됐다. 남구 통합은 최종 선거구 획정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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