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갈등 심화… 정기국회 예산안 처리 난망
잇단 강행 시도에 당내서도 비판…“국힘에 빌미”
“협상해야지 모든 걸 이렇게 밀어붙여선 안돼”
여당과 소통 난맥상 두고 친명 일각서도 공감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 정지 표지판 뒤로 국회 모습이 보이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안대용·양근혁 기자] 정기국회 종료일(12월 9일)이 임박하고 있지만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진전없이 헛돌고 있다. 여야 대립 격화를 촉발한 탄핵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쌍특검법’ 추진에 나서면서 갈등이 점점 더 깊어지자 당 내에서도 ‘오히려 이러면 국민의힘에 빌미만 준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오는 8일 본회의에서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및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관련 특검법안 처리를 계획하고 있다. 특검법안 강행 처리 수순을 밟을 경우 정기국회 종료 전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다. 이에 더해 민주당은 정기국회 종료 후 임시국회를 바로 소집해 김 여사 일가 관련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3건에 대한 국정조사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여당과 논의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탄핵을 시작으로 잇따라 안건 처리를 단독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다. 대화와 논의가 필요한데도 주요 안건마다 ‘밀어붙이기’가 반복되면서 여야 갈등만 키울 뿐 되레 국민의힘을 도와주는 격이란 지적이다.
비명계(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6일 “검사 탄핵하고서 장관 탄핵하고 대통령까지 탄핵하자고 할 기세인데 이렇게 가면 국민의힘에 빌미만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총선 가서 ‘탄핵만 하자고 하는 민주당의 폭주를 막아달라’고 한마디 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며 “협상이라는 걸 하려는 모습을 보여야지 모든 걸 이런 식으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혁신을 주장하는 비명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상식’의 이원욱 의원도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탄핵 만능당이라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널리 퍼지고 있다”고 적었다.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온갖 실정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지지율은 답보상태”라며 “오죽하면 현재의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최고 버팀목’이란 소리까지 나온다”고 했다.
이어 “국회의 탄핵, 단독법안 처리,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런 정치가 상식이 돼서는 안 된다”며 “예산안 처리 마감 시한인 12월 2일까지 지키려고 노력했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금 이 순간에도 예산안 보다는 쌍특검이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대로라면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12월 9일까지도 예산안 처리가 안될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만능주의자, 의회독재주의자, 오염된 민주주의자를 언제까지 방조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단독 처리와 여당 반발로 이어지는 소통 난맥상은 친명계 일각에서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탄핵이나 특검법 등 갈등 요소를 필연적으로 안고 있는 현안에 대한 접근과 여당과의 소통 과정이 아쉽다는 토로다. 친명계의 한 의원은 “민주당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주장에도 어느 정도는 타당한 부분들이 있다”며 “법안 같은 걸 막 추진하게 되면 여당과 논의 여지가 사라지는데 그런 과정에서 논의 자체를 슬기롭게 이어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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