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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탄핵이 아니라 민생예산 처리가 먼저다

1년 내내 ‘탄핵’으로 온나라가 시끄럽더니, 한해 마지막달 첫날까지 여의도에서는 ‘이동관 탄핵’을 둘러싼 충돌음으로 요란했다. 충돌을 자처한 쪽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은 30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했고,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다. 이를두고 1일 본회의에서의 ‘온몸 저지’를 선언한 국민의힘과 ‘묻지마 가결’을 확정한 민주당 양당 간의 격렬한 대치전선이 형성됐다. 당장 국회에선 탄핵 외 다른 현안은 스톱되면서 격렬한 싸움이 예고됐다. 본인의 탄핵안을 놓고 이 위원장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날 늦게 직접 자진사퇴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거대 야당 의석수(168석)를 감안하면 탄핵안 통과가 확실한데다, 이럴 경우 수개월간 직무 정지로 방통위 마비 상태가 올 것을 우려해 스스로 퇴진을 결심했다고 한다. 태풍전야로 치닫던 이틀간의 힘겨루기는 이런 모양새를 냈다.

탄핵소추는 국회에 보장된 권한으로, 권력 남용을 막기위한 제도적 장치다. 천하를 주름잡는 절대 권력자라고 해도 위법이 있으면 심판할 수 있도록 한 것, 이게 제도의 취지다. 그러니 탄핵, 그 자체를 뭐라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올해 예산안 처리가 급한 상황에서 뻔히 정쟁화가 예상되는 탄핵에 올인함으로써 국회 본연의 임무를 일시나마 마비시켰다는 점에 있다. 이 위원장 탄핵안 표결에 나선 1일의 본회의 일정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 잡아놓은 날이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자진사퇴 전까지 이날 ‘예산안’은 실종됐다. 싸우든 협상하든, 고도의 예산 설계도를 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국회의 직무유기 직전이었다.

지금 국민의 처지는 절박하다. 내년도 경제는 어렵고 서민 허리를 더 휘게할 고물가는 여전히 잠복해 있다. 한은은 전날 기준금리를 7연속 동결하면서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상향조정(2.4%→2.6%)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내년에도 물가가 높아 취약계층과 저소득층, 빚을 많이 낸 사람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소비 감소 탓으로 소상공인 체감경기도 두달 연속 악화됐다. 서민이고 중소상인이고 이렇듯 울고싶은 상황인데, 이런 시름을 덜어줘야 할 정치권이 탄핵 충돌에 매달린채 소중한 시간만 허비했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유권자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낸 것은 과반 이상의 거대 의석수를 뒷배 삼아 탄핵을 남발하라는 뜻은 아니었다. 팍팍한 삶을 벗어나게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그걸 망각하고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 달성’에만 집착하는 듯한 민주당을 경계한다. 탄핵 남발 민주당은 각성하고, 이제라도 민생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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