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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동형 명분’ 힘 뺀 ‘李 지령’…중립 의원들도 ‘병립형 현실론’ 기울었다 [이런정치]
李 “엄혹한 현실” 발언 후
강해지는 병립형 현실론
“사실상 李가 내린 지령”
“권역별 비례제가 현실적”
30일 국회에서 본회의 전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여당과의 선거제 합의에 이르기 위해선 병립형 비례제 회귀가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주장이 쏟아졌다. 주로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를 지도부에 요구하는 의원들이 목소리를 내왔던 그간의 당내 기류가 전환된 것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안팎에선 이재명 대표의 “엄혹한 현실” 발언이 사실상 의원들을 향한 지령으로 작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 ‘병립형 회귀론’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선거제 개편 방향에 대해 말을 아끼며 중립을 유지하던 민주당 의원들이 준연동형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에 대한 회의론을 제기하면서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준연동형 사수를 직접 약속했던 이 대표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병립형 회귀에 힘을 싣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자 의원들이 동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1월 29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다”며 병립형 회귀·위성정당 창당이 현실적 방안일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놨다. 이 대표의 발언 바로 다음 날 열린 의원총회에선 안규백·강득구·백혜련 의원을 포함한 다수의 의원들이 병립형 회귀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많은 의원들이 병립형 회귀가 현실적이라는 것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준연동형은 선이고 병립형은 악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제는 게임의 룰이기 때문에 여당과의 협상이 중요하다”라며 “위성정당 방지와 준연동형에 대한 일방적 요구로는 협상에 나설 수 없다”고 주장했다.

30일 국회에서 본회의 전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이를 두고 준연동형 유지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국민에게 한 약속을 어기는 행위”라며 각을 세웠다. 김종민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느 제도가 좋다 나쁘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약속을 안 지킨다고 하면 민주당이 앞으로 무슨 얘기를 한들 국민들이 믿을 수 있겠느냐. (준연동형은) 의총과 전당대회에서 의결까지 한 사안이다”라고 비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그동안 속으로는 병립형을 생각하고 있어도 여론 악화를 우려해 말을 안 하던 의원들에게 이 대표가 발언의 기회를 열어준 것”이라며 “병립형으로 가자는 지령을 내린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준연동형 사수와 위성정당 방지법 처리를 지도부에 요구해온 의원 중에서도 병립형 회귀로 입장을 바꾼 의원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위성정당 방지법의 통과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자 병립형을 하되 권역별 비례제를 함께 추진하는 것이 여당과의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이라는 ‘현실론’으로 마음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위성정당 방지법을 공동발의한 한 재선 의원은 본지에 “위성정당 방지법은 준연동형 유지의 전제 조건이고 정치의 이상적인 모델이기 때문에 발의에 참여했다”라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도 단순 병립형으로 돌아가면 국민들에게 비판 받을 테니 권역별 비례제에 대해선 찬성할 것”이라며 “지방소멸과 지역주의 완화를 위해 서울·인천·경기 권역에 배분된 의석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방법을 여당과 함께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y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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