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등 ‘총선 불출마 및 험지 출마’ 정식 안건 의결도
김기현 즉각 거부에 혁신위 12월 둘째주 종료 가능성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혁신위에 전권을 주시겠다고 공언하셨던 말씀이 허언이 아니라면 저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주시길 바란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0일 김기현 지도부에 내년 총선 ‘공천권’을 요구했다. 지도부와 중진·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겨냥한 ‘총선 불출마 및 험지 출마’ 권고를 정식 안건으로 의결한 데 이어, 당대표 핵심 권한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혁신위가 제안한 시한은 다음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는 12월4일. 지도부와 혁신위의 줄다리기에 당은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의 향방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저 자신부터 먼저 희생하며 당 지도부에 제안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때 인재영입 대상으로 총선 출마 가능성이 나왔던 그는 “총선에서 서대문 지역구를 비롯한 일체의 선출직 출마를 포기하겠다”고도 했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가 제안한 뜻이 공천관리위를 통해 관철돼 국민이 변화를 실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다”며 “답변은 당에서 월요일(12월4일)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 요구는 사실상 지도부 수장이자 친윤 중진인 김기현 대표를 겨냥한 조치로 해석됐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총선 공천권은 당대표의 핵심 권한”이라며 “김 대표로선 수용하기 힘든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혁신위가 거취 결단 요구에 침묵하는 당 주류와 최근 인 위원장의 설화(舌禍), 내부 갈등 등으로 혁신위 활동의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자 분위기 전환을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됐다.
혁신위는 이날 당 지도부와 중진·윤핵관을 겨냥한 거취 결단 권고를 ‘6호 안건’으로 정식 의결하기도 했다. 혁신위 출범 초기였던 이달 초 ‘정치적 권고’ 형식으로 당 주류의 거취 결단을 촉구했으나, 지도부를 포함한 이들이 침묵으로 일관하자 정식 안건 의결을 결정했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부산의 3선 하태경 의원이 험지 도전 의사를 밝혔지만 당 내 주류의 반응은 없었다.
특히 김 대표는 당대표의 거취가 도마 위에 오른 데 대한 불쾌감을 숨기지 않으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의 공천권 요구에 대해서도 “국회 상황이 매우 엄중한데 공관위원장 자리를 가지고서 논란을 벌이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의 발전을 위한 나름대로 좋은 대안을 제시해 주신 것에 대해서는 감사드린다”면서도 “그동안의 혁신위 활동이 인요한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활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 의원총회에서 김기현 대표(오른쪽) 등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 |
지도부가 이번 안건을 정식으로 다룰 가능성은 낮다. 지도부는 홍준표 대구시장,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징계 해제’를 다룬 1호 안건 외에 혁신위 안건을 최고위에 상정하지 않았다. 김 대표 측은 내달 출범하는 공관위에서 혁신위 최종안을 종합적으로 논의할 것이란 입장을 이어 왔다.
이에 혁신위 활동이 임기(12월24일) 이전 마무리될 가능성이 나온다. 그 시점으로는 공관위 출범이 예상되는 12월 둘째주가 거론된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도부에서) 수용하기 어렵다고 하면 우리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여지를 뒀다. 이날 혁신위 회의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됐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내부에서는 마지막 압박 카드로서 ‘조기 해체’가 아닌, 동력 상실에 따른 조기 종료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장미 혁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갖고 있는 혁신 의지를 누군가 이어갈 분이 생긴다면 얼마든지 아름답게 물러날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그런 식이 아니라 진짜 동력 잃어서 흐지부지 되는 방식이라면 저는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혁신위와 지도부의 줄다리기를 지켜보는 당에선 “윤심은 어디에 있느냐”는 물음이 나온다. 인 위원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소신껏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를 받았다”며 지도부 거취 결단을 압박하자, 김 대표가 최근 지역구 의정보고회에서 “(대통령과) 하루에 3~4번씩 전화도 한다”며 당정 간 신뢰관계를 강조한 것도 상징적 장면으로 꼽힌다. 이를 친윤 단일 계파로 묶인 당정 내 주도권 경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심의 분열이자 전형적인 내부 권력투쟁 양상”이라며 “(의원들이) 결단을 내리지 않고 예송논쟁처럼 답이 없는 마음 읽기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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