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에서 병립형 비례제 회귀 목소리 솔솔
과거 위성정당 입장 번복 전례 답습 분위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채택 요구에 대해 열흘 넘게 침묵 중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위성정당 방지법의 당론 채택을 논의하지 않는 사이 민주당 내부에서는 오히려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선출방식을 병립형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지난 2020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위성정당을 강하게 비판했던 민주당이 결국 위성정당을 만들었던 전례가 재현되는 흐름과 비슷하다. 병립형 회귀는 양당 기득권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는 비례대표 선출방식으로, 이 대표의 대선 공약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원칙은 제쳐두고 총선 승리라는 ‘정치공학적 현실론’에 백기를 들었던 전례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29일 의원총회(의총)에서 비례대표 배분 방식과 관련해 현행 제도인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는 방안과 병립형 회귀 방안 등을 두고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20대 총선까지 적용됐던 병립형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단순 배분하는 것으로 현재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안이다. 준연동형은 지역구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비례성 확대 명분 아래 민주당 주도로 지난 총선에서 도입됐다.
그간 민주당의 공식적인 입장을 따져보면 원칙은 ‘준연동형 비례제’다. 민주당은 대선이 한창이던 작년 2월 국회의원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 위성정당 방지, 기초지방의원 선거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선거제 개혁과 관련한 당론을 채택했다. 이재명 대표 역시 이같은 내용을 대선 공약으로 못 박았다.
현재 민주당 지도부는 ‘연동형 비례제’에 신중한 모양새다. 지난 15일 친명계와 비명계를 포함해 민주당 의원 30여명은 당 지도부를 향해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하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위성정당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연동형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전제하는 것이다. 당시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번 당론채택 요구에 동의하는 의미로 연명한 의원은 현재까지 5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가 결정을 내리지 않는 사이, 당 내부에서는 현실론에 입각한 병립형 비례제가 부상하고 있다.
한 중진 민주당 의원은 헤럴드경제에 “다수 의원들이 병립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정치는 이상이 아니고 현실이다. 이 대표가 대선에서 진 것도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3%를 가져간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양당 기득권 구조에 문제제기를 하며 연동제 유지를 주장해 왔지만, 결국 자신들의 의석수 확보에 유리한 병립형을 선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위성정당을 강하게 반대해 놓고 현실론을 언급하며 위성정당을 신설했던 20대 총선과 같은 양상이 이번에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과 손잡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며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공식적으로 위성정당에 대해 “국민의 투표권을 침해하고 정치를 장난으로 만든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선거를 한 달 정도 앞두고 위성정당 창당을 결정했다.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부끄러운 정치의 모습을 보이게 돼 매우 참담하고 송구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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