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이동관 등 탄핵 추진 변함없어”
국힘 “野, 정쟁 탄핵 멈추라, 민생 볼모”
민주당은 ‘자체 예산안’ 힘겨루기 돌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오는 30일 본회의 개의 여부를 두고 여야의 양보 없는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 상정·표결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예산안 통과를 전제로 한 본회의인 만큼 ‘정쟁’ 성격이 짙은 탄핵안 처리 목적으로 본회의 소집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에 ‘자체 예산안’을 꺼내들고 거대 야당의 힘을 과시하면서 갈등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27일 여야는 예산안 법정 시한(1월2일)을 닷새 앞둔 이날까지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의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채 정쟁만을 이어가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이 정쟁용 탄핵으로 국회를 마비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고, 민주당은 여당이 탄핵을 ‘방탄’하기 위해 예산안 늑장 심사를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네 탓’만 반복하고 있다.
민주당은 우선 여당이 예산 증액심사를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 예산 증액을 논의하자는 민주당 요구에 국민의힘은 계속 시간을 끌고 있다”면서 “야당은 예산안 심사를 촉구하는데 정부여당이 회피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비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여당이 야당의 예산·법안 심사 요구를 피해 도망다니면서 구체적 내용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전날 ‘자체 예산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강대강 대치로 이어지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강훈식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11월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않은 경우 그 다음날 정부 원안이 부의되는 국회법을 악용해 정부여당이 예산안 심사 시간을 끌고 있다”면서 “정부가 예산안 편성 권한이 있다면 국회는 예산안 심의 확정권한이 있다. 정부가 본회의 자동 부의라는 정부 권리를 행사하겠다면, 국회도 국회 권리 다하기 위해서 수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정부 동의가 필요한 증액은 빼고서라도 감액으로만 수정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민주당 자체 수정안에는 ‘윤석열표 예산’ 등에 대한 대폭 삭감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 |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예산 정국에 대해 “민주당은 윤석열 이름이 붙은 사업이면 ‘묻지마 삭감’을 하고 자당 대표 이름이 붙은 사업이면 단독 처리까지 불사하는 독단적 예산 심사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기에는 야당의 역할을 넘어 아예 국회에 따로 이재명 정부를 차리겠다는 대선 불복 인식이 반영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또 민주당의 탄핵안 재추진에 대해서도 날을 세우면서 본회의 일정이 유동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30일과 다음달 1일 본회의는 내년도 예산을 합의 처리하기 위한 것이지, 정략적 목적이 분명한 탄핵을 위한 ‘방탕 정쟁’ 본회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과의 약속인 예산마저 정략을 위해 뒷전으로 밀어내는 것도 모자라 단독으로라도 본회의를 열어 탄핵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협박 속에는 이미 국민도 없고, 합의라는 국회 정신도 없다”고 맹비난했다.
국회 본회의 개의 여부는 결국 김진표 국회의장의 결단에 달려있다는 것이 국회 안팎 관측이다. 민주당은 김 의장이 양일 본회의를 약속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여야가 예산안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본회의 일정이 밀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예산안 처리가 무산된 가운데 탄핵안이 민주당 주도로 통과한다면 여야 관계가 더욱 파국으로 달할 것이 불보듯 뻔하고, 이어 예산안 협상도 기약 없이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서다.
국회 관계자는 “작년에도 예산안과 부수법안 등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된 상황에서 민주당이 자체 예산안을 꺼내고, 국민의힘은 준예산 사태까지도 암시하다가 연말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예산안이 통과된 바 있다”며 “올해는 탄핵 이슈까지 겹쳐 여야 셈법이 더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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