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증후기업·한계기업·기업 무수이익여신 ↑
여야 지도부 기촉법 일몰 연장 필요성 공감
IMF 긴급 한시법 취지·사유재산권 침해 등 쟁점
[헤럴드경제=이승환·양근혁 기자] 올해 10월 기준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법인 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또한 부실징후기업으로 분류된 기업도 크게 늘었고,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기 버거운 한계기업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모두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들의 경영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임을 가리키는 통계들이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일몰 연장’이 필요한 이유다.
23일 법원의 ‘월별 법인파산사건 접수 현황’을 확인한 결과 올해 10월까지 136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738건보다 84.7% 증가한 규모다. 한시법으로 2001년 최초 시행된 기촉법이 올해 10월 15일까지 총 5차례 유효기간이 연장됐지만, 기촉법에 근거한 워크아웃 제도의 불확실성 등으로 법원 회생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는 기업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채무자회생법에 근거한 법원 회생절차는 채권자의 채권 회수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절차 졸업 후 기업의 정상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워크아웃의 경우 기업의 정상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기업은 경영활동을 유지하면서 정상화를 도모할 수 있다.
금융권 출신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헤럴드경제에 “기업 회생을 위해 워크아웃 제도로 선택하냐 법원의 파산제도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인식이 다르다”며 “예컨대 조선, 건설 등 수주산업의 경우 워크아웃을 진행해도 수주가 가능하지만 파산 법원으로 가면 사실상 입찰 자체가 안된다”고 말했다.
기촉법 일몰연장이 지연될수록 법원 문을 두드려야 할 처지에 놓인 기업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신용위험평가 결과 부실징후기업으로 분류된 업체는 185개로 전년(160개)보다 25개 늘었다.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낸 한계기업 비중도 42.3%로 2009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은 늘었다. 4대 은행의 기업대출 부문 무수익여신은 지난해 말 1조5310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조9754억원으로 29.0% 증가했다. 무수익여신은 원리금은커녕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대출을 의미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연합] |
현재 국회에는 기촉법 일몰을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이 2건 계류 중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는 해당 법안을 오는 28일 논의할 예정이다.
여야 지도부가 기촉법 연장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해당 법안이 정무위를 통과할 가능성은 높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기촉법은 기업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빠른 회생을 돕는 법”이라고 했고,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업 지원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법안을 면밀히 살펴 기업에 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 통과를 위한 사실상의 최종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한시법 취지에 대한 정치권 일각의 문제제기가 여전하고, 법원에서 기촉법의 위헌성을 이유로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촉법은 1997년 IMF 위기라는 상황에 긴급히 대응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시행한 법인데 20년 이상 법을 연장해온 것은 한시법 취지에 맞지 않고, 기촉법상 채권기관협의회의 의결에 반대하는 금융기관도 의결사항을 이행토록 강제하는 것은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소속 한 정무위원은 “기촉법은 IMF라는 긴박한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에 계속 연장하는 것보다 (기촉법을)제거할 제도적 보안장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와 법원이 협의해서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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