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추진 신재생에너지·에너지공과대 예산은 증액
與 “다수 의석 횡포, 민주당 예산안으로 변질시켜”
‘예산 정국’ 여야 협상 전략…“청년 예산마저 협상 인질화”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총선 전 국회의 예산 심의가 여야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정치권의 극한 대립은 정부가 짜온 예산안을 놓고 한치의 타협도 없는 ‘전액 삭감’, ‘보복성 삭감’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거대 야당은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핵심 에너지 정책인 원전사업 예산을 1814억원 전액 삭감했다. 여기에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후속 사업이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약이었던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예산도 포함됐다. 이를 두고 여당에서는 “거야가 핵심 사업을 협상의 인질로 삼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발판이 돼야 할 내년도 예산안이 여야의 정쟁으로 무참히 난도질 당하고 있는 셈이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에서 국민의힘 불참 속에 단독으로 2024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정부안(11조2214억원)에서 2조1926억원 증액, 1875억원 감액된 13조2265억원 규모다. 삭감액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1814억원은 원전 관련 사업이 차지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지원 균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 사업(1000억원), SMR 제작 지원센터 구축사업(1억원)이 삭감됐다. 안전성 및 경제성 검증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혁신형 소형모듈 원자로(i-SMR) 기술개발 사업(332억8000만원), 원자력 생태계 지원사업(112억800만원)이 줄었다. 원전 수출보증 예산(250억원), 원전 기자재 선금 보증보험 지원 예산(57억8500만원) 등 총 7개 원전 사업 예산이 깎였다. 중소기업벤처부 예산에서도 원전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이 총 208억원 삭감됐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은 늘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지원(1619억8000만원) 및 융자 지원(2301억9600만원), 핵심기술 R&D(579억1700만원) 사업이 증액됐다. 광주에 위치한 차세대 태양전지 실증사업은 55억원 신규 편성됐다. 문재인 정부 때 설립된 한국에너지공과대 사업지원 예산도 27억원 늘었다. 대학 내 수소 공급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도 21억 새롭게 편성됐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의 횡포를 부리며 2024년 정부 예산안을 민주당의 예산안으로 변질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SMR은) 이 대표의 대선 공약인데 민주당이 이를 막아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재생에너지 사업을 벌이겠다는 자가당착 외고집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기도 했다. SMR은 발전량이 500메가와트(MW)급 이하인 소형 원전으로, 문재인 정부의 주요 수출 정책이자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이었다.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가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열리고 있다. [연합] |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예산 정국 여야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정부 주요 사업을 삭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상임위에서 감액돼 예결위로 보내진 예산안은 증액 등 변경 시 국회법 제84조 5항에 따라 해당 상임위 동의를 받도록 돼 있어서다. 예산결산특별위 여당 간사인 송언석 의원은 통화에서 “주요 예산을 삭감하면 정부·여당이 자신들의 증액 요구를 들어 줄 것이라고 보고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기준 예비심사를 마친 11개 상임위 감액 규모는 7977억5500만원으로, 산자위를 포함해 5개 상임위는 민주당이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국토위의 경우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용산공원 조성 예산 30억원이 감액됐다.
환노위에서는 청년일경험 지원사업 2382억1300만원이 감액된 상태다. 이는 정부가 편성한 청년 관련 예산 약 3000억원의 80% 수준이다. 한 국민의힘 예결위원은 “민주당은 상임위 예비심사 감액이 어떤 의미인지 알면서도 감액을 시켰다”며 “여야 간 협상이 잘 안되면 청년 예산마저 모두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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