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 중진 불출마·험지출마 답변 요구 ‘임시방편’
“한동훈·원희룡은 공중전 역할해야…전략공천 필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7일 대구 수성구 스마일센터를 찾아 시민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전략공천 배제’ 혁신안을 두고 당 지도부와 혁신위 간 신경전이 재점화하고 있다. 혁신위가 친윤계 중진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에 이어 대통령실 발(發) 출마자 ‘낙하산 공천 금지’ 카드까지 꺼내든 것을 당 지도부는 ‘압박’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지도부에선 혁신위가 ‘가용 범위’를 좁힌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여권에 따르면 김기현 대표는 최근 공천관리위원회를 최대한 빨리 띄울 것을 지시했다. 12월 초순 출범이 목표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달 말 쌍특검법(김건희 여사·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처리를 예고한 만큼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당초 국민의힘은 내년 1월 공관위를 출범시킬 예정이었는데 한 달 가량 앞당겨진 셈이다. 공천을 좌우할 공관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김 대표는 이미 물밑 접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공관위 조기 출범은 ‘친윤계 중진·험지 출마’ 답변 요구에 대한 ‘임시방편’이다. 혁신위 권고 사정권에서 김 대표조차 자유롭지 않을 뿐더러 장제원, 주호영 의원 등 대표적 친윤계 의원들이 반발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공천 관련 혁신안은 공관위에서 다룬 뒤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치는 것이 순서”라며 “지금 최고위에서 의결하는 것은 월권이다. 대법원에서 판결 낸 뒤 고등법원으로 보내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조기 해체설’까지 거론하며 혁신안 의결을 압박하는 일부 혁신위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도부 내에선 ‘4호 혁신안’에 대한 불만도 감지된다. 내년 수도권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공중전’이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은 최근까지도 이들 장관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지난 18일 한 장관을 두고 “BTS급 ‘정치아이돌’”이라며 “한 시대를 관통하는 ‘신드롬’”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지도부 관계자는 “공천 경선에서는 현역의원이 원외 당협위원장보다 유리하다”며 “한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얼굴’이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의미 있는 지역구에 전략 공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말이 좋아 상향식 공천이지 현역 국회의원, 현역 당협위원장에게 유리한 제도”라며 “정치 경험이 없고 지역 기반이 없는 한 장관을 경선에 뛰어들게 해 불필요한 이미지 소비를 시킬 이유는 없다”고 했다.
한편 혁신위는 ‘희생’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결단’은 필요하다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혁신위원인 오신환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불출마·험지 출마 결정에) 시간이 좀 필요하다”며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고 (혁신위가) 충정 속에서 당 지도부에게 희생을 요청드리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오 위원장은 ‘지도부나 중진 의원들이 화답할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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