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 尹심 업은 양 김기현 압박” 지적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담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4호 혁신안으로 ‘전략공천 전면 배제’를 제시했다. 용산 대통령실 출신 참모들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우세한 지역구에 전략공천 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당내에선 혁신위와 지도부 모두 ‘당정관계 재정립’이라는 핵심 과제 주변만 빙빙 돌며 신경전만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소희 혁신위원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대통령실 출신 인사도 예외없이 똑같이 공정한 경쟁에 참여해야 한다”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 당 명예를 실추시킨 자,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자 모두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당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후보선정의 원칙을 정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위에서 내려오는 공천 보다는 당원과 해당 지역구 주민의 민심을 반영하는 것을 가장 큰 틀의 원칙으로 하는 공천제도를 만들어서 운영하라는 것이 혁신안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나중에 공관위가 구성되면 비록 혁신위 임기는 다 끝났다고 할지라도 혁신위원 중 한 명은 공관위에 가서 ‘혁신위는 이러한 논의를 했고 이러한 안건을 최고위에 보냈다’고 상세히 설명을 하고 이런 취지를 충분히 검토해 공천 관련 규정을 만들 때 반영해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라고도 했다.
당 지도부와 혁신위가 최근 ‘친윤계 중진 의원 험지 출마·불출마’ 혁신안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가 지난 3월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가운데 당대표에 선출된 김기현 신임 당대표가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고양=임세준 기자 |
혁신위가 제안한 ‘상향식 공천’은 김기현 대표의 전당대회 대표 공약이었다. 김 대표는 당시 사심을 뺀 ‘상향식 공천’으로 윤석열 정부와 당 지지율을 각각 60%, 55%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김기현 지도부 내에서 모든 공천은 ‘경선’을 통해 정해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인 위원장의 혁신안이 새로운 것 같지만 지난 3월 때부터 제시되어 온 안을 다시 말한 것 뿐”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최근 들어 ‘용산 발(發) 전략공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이만희 사무총장은 지난 8일 총선기획단 첫 회의에서 “주먹구구식 베일에 가려진 밀실 공천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러한 혁신안이 지지율 상승에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혁신위 ‘출발점’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최대 원인은 ‘친윤계 중진 불출마’도 아니고 ‘경선 공천 원칙’도 아니고, 당정관계 재정립이었다는 이유다.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김 대표 간 신경전이 ‘윤심 경쟁’으로 번지면서 혁신위가 본래 의도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중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지난 3월 전당대회 이후에도 계속 당 주류 세력을 통해 내부에 전달되는 바람에, 당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당은 정부의 의견에 100% 수긍하는 곳이 아니다”며 “혁신위 역할은 이를 바로잡는 것인데 최근 양상을 보면 ‘윤심’을 등에 업은 양 김 대표를 압박하고 있지 않냐. 또다른 당무개입 논란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지도부와 혁신위 간 신경전이 지속될수록 국민들께선 ‘국민의힘은 역시 윤 대통령 사당’이라는 인식을 갖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newk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