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 잡는대도 중도층 이탈…일각 경고음도
선거제 ‘병립형 회귀’ 논란도 민주당에 이중 부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평산책방에서 이동하고 있다. 이날 평산책방에서는 '디케의 눈물, 조국 작가와의 만남'이 열렸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최근 거침없는 공개 행보에 나선 가운데 민주당이 딜레마에 봉착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들과 일종의 ‘자매 정당’으로 연대한다면 현재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 지지층에 더해 진보진영 지지를 공고히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반면,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에는 악영향을 미쳐 선거 패배를 자초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맞서는 상황이다.
13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지도부 안팎에서는 조 전 장관과 송 전 대표 등 ‘민주당 밖’ 인사들의 총선 출마와 신당 창당 등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다. 다만 표면상으로는 공식화되지 않은 출마설에 상당 부분 거리를 두는 상황이다. 조 전 장관은 현재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송 전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인의 선택’이라는 측면을 강조하며 일단 민주당과 거리를 벌렸다. 그는 “조 전 장관이 아직 출마를 확정적으로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어떤 때는 출마처럼 들리고 어떤 때는 아닌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며 “(출마 등 여부는) 조국 개인의 문제”라고 선을 그엇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출마 등 영향에 대해) 당에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과 송 전 대표의 출마 또는 창당설은 총선 날짜가 가까워올수록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연달아 신간을 발표하고 출판기념회 행사를 여는 등 공개 행보가 잦아지며 현실정치 참여 여부에 대한 언급이 주목을 받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9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경남 양산 ‘평산책방’을 찾아 사인회를 진행했다. 이어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정권 심판, 민주진보진영의 총선 승리, 정권교체 등은 제 개인에게도 가장 큰 명예회복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장관도 교수도 아닌 주권자 시민으로서 할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연말까지 세종시와 광주 등에서 북콘서트를 잇따라 개최할 예정이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 10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홍범도 장군 묘역을 찾아 참배한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 |
송 전 대표도 신간 출판기념회를 열고 정부를 향한 작심 발언으로 주목도를 높였다. 그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을 주장하며 “이런 건방진 놈이 어디있나. 어린놈이 국회에 와서 (국회의원) 300명, 자기보다 인생 선배일 뿐 아니라 한참 검찰 선배인 사람들까지 조롱하고 능멸하고 이런 놈을 그냥 놔둬야 하겠느냐”며 비난을 쏟아냈다.
이 같은 원색적 발언이 논란이 되자 민주당은 일단 당혹스런 분위기다. 한 민주당 의원은 “직접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벌써 이런 잡음이 나오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역풍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큰 공개 저격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두 사람의 출마가 민주당의 ‘집토끼’를 잡는 효과를 낼 것이란 분석도 조심스레 나온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고민정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민주당 입장에서 봤을 때는 지금 소위 ‘이재명 체제’에서 조금 다른 지지층 그룹을 갖고 있는 것이 조국 전 민정수석이다. 외연을 조금은 확장할 수 있는 카드로서 활용되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이날 “아직 (조 전 장관이) 당에 들어온 것도 아니고, 큰 틀에서 민주진영 범 야권이 어떻게 가는 것이 좋을지 (민주당과) 같이 고민하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여야가 선거제 관련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 논의가 점화되면서, 민주당에게는 이중 부담이 가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 적용했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서 위성정당 방지를 위한 해법을 찾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이준석 신당’과 ‘조국 신당’ 등 제3지대 출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를 막기 위한 해법으로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고개를 들고 있다.
당 관계자는 “조 전 장관 신당 창당 시나리오에서 ‘자매 정당’으로 민주당과 연합한다면 위성정당 논란이 불보듯 뻔하고, 반대로 이 가능성을 차단한다면 실제 선거에서 지지층 분포 영향이 어떻게 이어질지 민주당은 득실을 검토하느라 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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