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준비’·‘밀착 스킨십’이 승리 요인
‘당 자산들 험지 출마, 실익 없다’ 분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 및 후원의 날’ 행사장에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원로인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세진·박상현 기자] “지역구를 지방에서 서울로 옮겨서 당선된 게 정세균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중진 험지 출마는) 의미가 없다.”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중진 험지 출마’ 권고에 대한 파장이 여의도를 강타하면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과거 서울 종로 당선 사례가 재조명받고 있다. 여야 내부에선 “총선이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지금부터 지역 관리에 들어간다 해도 촉박하다”, “기존 지역구민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란 목소리도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모든 일에는 시기가 있다”며 즉답을 피했고, 여당의 대표 중진인 주호영 의원은 “서울로 가지 않는다”라며 공개적으로 선을 긋기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측도 “무조건 계양을 지역구를 지킬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지역 밀착 스킨십’으로 험지 생환은 물론 재선까지 이뤄냈던 정 전 총리의 사례에 비춰,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쫓기듯 험지로 출마하는 것은 선거 승리 요인이 될 수 없다는 여야 내부의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정 전 총리 측근은 13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의도한 건 아니지만 2011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통해 1차 워밍업을 하고, 끝나자마자 본격적으로 종로 바닥을 샅샅이 훑으며 다른 사람들보다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 있었다”며 정 전 총리의 첫 종로 선거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정 전 총리는 19대 총선 7개월 전인 2011년 추석께 종로 출마 결심을 굳혔다. 당시 종로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의원 시절 내리 3선을 하던 지역구로,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원 시절 외엔 민주당이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험지였다. 하지만 정 전 총리는 그해 11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처음으로 당선됐던 하반기 재·보궐선거 지원을 위해 종로에서 활동을 시작하며 남들보다 이르게 종로 민심을 들을 수 있었다.
정 전 총리 측근은 “박 전 시장의 보선이 있어서 선거운동을 좀 빨리할 수 있었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며 “그 덕분에 6개월 정도 바닥을 훑으며 종로에 자연스럽게 연착륙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10여명이 지역구를 서울 수도권으로 바꿔서 출마했는데 우리 말고 된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정 전 총리가 종로에서 처음 당선된 19대 총선 당시, ▷정진석 새누리당 의원(당시 3선, 서울 중구)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당시 3선, 서울 강남 을) ▷천정배 민주통합당 의원(당시 4선, 서울 송파 을) 등이 지역구를 옮겨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양당 지도부로서는 이처럼 당 주요 ‘자산’들의 험지 출마에 실익이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도 “계양을은 작년 지방선거에서 송영길 전 대표가 이 지역구를 떠나 서울시장에 출마한 전례가 있어 민주당 우세 지역임에도 부정적 여론이 형성돼 있다. 이 대표마저 이 지역을 떠나면 계양을 한 개의 지역구는 물론 인천, 크게는 수도권 전체로 위기감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에 발목 잡히지 않도록, 전국 유세가 가능한 곳에 있는 것이 당의 총선 전략으로서 유리하다”고 말해 현재 지역구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내다봤다.
실제, 지역과 밀착해 충분한 호흡을 하지 않은 채 뛰어들어 선거 참패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21대 총선 당시 공천관리위원회의 뜻에 따라 험지에 출마했던 ▷황교안(서울 종로) ▷김병준(세종을) ▷유정복(인천 남동갑) ▷이혜훈(서울 동대문을) ▷이종구(경기도 광주갑) 후보 등은 모두 낙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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