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32단 발표…국내 기업들 ‘턱밑’ 추격
지난 2018년 4월 중국 우한에 있는 YMTC 공장에서 시진핑(왼쪽) 국가 주석이 자오웨이궈(가운데) 칭화유니그룹 회장, 양스닝(오른쪽) YMTC 최고경영자와 함께 반도체 생산 라인을 둘러보는 모습 [신화통신]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최근 232단 낸드 플래시를 출시한 것이 확인되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가 수십억달러의 투자금까지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낸드 플래시 시장 악화에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까지 겹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중국의 기술 추격 속도마저 빨라지며 K-반도체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주요 메모리 제조업체 YMTC가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에 대응하고자 수십억 달러의 신규 자본을 조달에 성공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YMTC가 지난해 조달한 70억 달러의 자본은 올해까지 대체 장비 개발 및 도입 등으로 이미 소진된 상황”이라며 “이에 YMTC가 새로운 자금 조달 캠페인으로 수십억 달러의 투자금을 모았다”고 밝혔다.
YMTC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으로 공급망 자립을 가속화하는 한편, 대체 불가능한 장비에 대해서는 한국·일본 등의 신규 공급처를 물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YMTC는 232단 3D 낸드플래시를 소비자 기기에 사용하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달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테크인사이츠는 같은 달 25일 보고서에서 “지난 7월 소리소문없이 출시된 1테라바이트(TB) 용량의 소비자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즈타이 티600’에서 YMTC가 제조한 232단 쿼드러플레벨셀(QLC) 3D 낸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낸드는 단수를 늘릴수록 수직으로 연결하는 구멍(홀)을 깊게 뚫는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SK하이닉스 낸드의 양산 최대 단수는 238단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8세대 V낸드(236단) 양산을 시작했으나, 시장의 공급물량은 마이크론이나 YMTC에 비해 적은 수준의 물량이 판매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테크인사이츠는 “이는 소비자용 기기에 탑재된 세계에서 가장 앞선 3D 낸드 메모리 칩으로, 놀라운 기술적 도약”이라며 “중국이 또다시 해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YMTC는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미국의 제재로 부품과 장비 조달에 제한이 가해지는 상황에서도 조용히 첨단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며, 다만 YMTC의 해당 3D 낸드가 오롯이 중국산 장비나 부품으로 제작됐는지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았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 화웨이가 지난 8월말 내놓은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기업 SMIC의 7나노 공정 칩이 쓰인 것에 이어 중국이 무역 제재를 극복하고 자체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평가다.
테크인사이츠는 앞서 지난해 11월 YMTC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보다 먼저 세계 최초로 200단 이상의 3D 낸드 플래시를 생산해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 이하 로직 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의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YMTC 등 중국 기업 36개를 수출통제 명단에 올렸다. 미국은 또한 최근에는 저사양 인공지능(AI) 칩에 대해서도 중국으로의 수출을 금지하는 추가 수출 통제 통지를 발표했다. YMTC는 미국의 제재로 우한에 계획한 두 번째 웨이퍼 공장 건설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기술 개발의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제재에도 중국의 낸드 메모리 개발 수준은 여전히 최고”라며 ”낸드 플래십 리더십이 중국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평가했다.
ra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