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자국 중심 태양광 공급망 육성, 추가 규제도 예고
“한화큐셀 제외 한국 태양광 안심 못해, 정부 적극 지원 필요”
한화큐셀의 미국 조지아주 달튼 공장의 모습 [한화큐셀 제공]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미국 정부가 동남아시아 국가를 우회해 태양광 모듈을 수출해 온 중국 업체들에 대해 ‘관세 폭탄’을 부과하기로 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태양광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당장 한화큐셀(한화솔루션 태양광 부문)은 미국의 이번 관세 조치를 피하면서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미국이 자국 태양광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규제 범위를 더 넓힐 경우에는 국내 업체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BYD홍콩(캄보디아), 뉴이스트솔라(캄보디아법인), 캐내디언솔라(태국법인), 트리나솔라(태국법인), 비나솔라(베트남법인) 등 5개 중국 기업이 동남아를 우회해 이른바 ‘편법 수출’을 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상무부는 내년 6월부터 이들 법인의 태양광 모듈 수출품에 대해 최소 30%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반면 위 업체들과 같은 혐의로 미국 정부의 조사 리스트에 올랐던 한화큐셀 말레이시아법인을 비롯해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징코솔라(말레이시아), 보비에트솔라(베트남) 등 3개 법인은 이번 규제를 피하게 됐다.
지난 1분기 기준 미국에 수입된 태양광 모듈 가운데 79.3%가 동남아를 통해 들어온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 수입되는 태양광 셀과 모듈에 신장·위구르 지역 인권 탄압 등을 이유로 30%의 반덤핑 관세를 책정했다. 가격 경쟁력에 타격을 입은 중국 업체들은 이후 높은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동남아 국가들로 생산시설을 옮긴 바 있다.
상무부 측은 “관세 부과 시점을 내년으로 설정한 이유는 우회 수출 회사로부터 모듈을 받던 국내 기업들에 새 공급망을 마련할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기존 조사 대상이었던 8개 기업 외에도 우회 수출 중인 기업을 더 적발했다”고 언급했다. 향후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미국의 추가 규제 대상으로 선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동남아에서 태양광 모듈을 공급받던 미국의 태양광 설치 업체들은 “이번 관세 부과로 결국 태양광 발전 비용이 급증할 것”이라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이러한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정부가 ‘초강수 조치’를 선택한 것은 자국 중심의 태양광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는 2가지 측면을 우선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큐셀의 경우 미국의 직접적인 칼날을 피하면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화큐셀이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한 태양광 발전소의 모습 [한화큐셀 제공] |
그러나 한화큐셀을 제외한 다른 국내 업체들은 아직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태양광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까지 5단계로 구분된다. 완제품인 모듈은 태양전지를 모아 놓은 패널을 말하며, 태양전지는 태양광 셀의 집합체다.
현재 모든 밸류체인 단계에서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한화큐셀을 제외한 대다수 국내 기업들도 중국산 셀을 들여와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이번 관세 조치가 국내 태양광 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하지만 미국 정부가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태양광 셀까지 규제 범위를 확장할 경우 (한화큐셀을 제외한) 국내 기업들의 경우 상당수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에 3조2000억원을 투자해 태양광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북미 최대 태양광 복합 생산단지 ‘솔라허브’를 내년 말까지 구축하고 있다. 반면 HD현대에너지솔루션·신성이엔지 등 다른 태양광 업체들은 미국 내 밸류체인 생산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태양광 발전 규모가 큰 국가로 꼽힌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태양광 발전 설치량 전망치는 35GW(기가와트)로, 오는 2028년에는 연간 설치량이 55GW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1GW는 원전 1기 발전량과 맞먹는 수치다.
또 다른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모든 밸류체인을 장악했다”면서 “전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태양광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공급망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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