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익분기점 크게 웃돌아…일간 기준 14달러까지 오르기도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GS칼텍스 제공]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수개월간 곤두박질쳤던 정제마진(제품가-원가)이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정유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정유사들이 올해 상반기 줄줄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회복을 토대로 하반기 실적 반등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8월 첫째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1.5달러로 전주(8.9달러) 대비 2.6달러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간 기준 올해 1월 넷째 주(13.5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6개월여 만에 10달러를 다시 돌파했다. 일간 기준으로는 그보다 높은 14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나온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가격으로 정유사 수익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아시아 정유 기업들의 수익 지표로 여겨지며, 통상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정제마진은 지난 수개월간 손익분기점을 밑돌아 왔다. 2월 첫째 주 10달러 아래로 내려앉은 이후 줄곧 하락하며 넷째 주에는 2.4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6월 넷째 주 29.5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채 안 되는 수준이다. 일간 기준으로는 4월 말 0.8달러까지 내리기도 했다. 7월 초까지도 5달러 미만을 횡보하며 약세를 이어갔으나 둘째 주 5.3달러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이후 6.8달러→8.9달러→11.5달러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월별 정제마진 추이 [헤럴드경제 DB] |
업계는 주요 산유국의 감산 결정과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정제마진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이 유럽, 싱가포르의 재고 하락으로 이어지며 정제마진 강세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아시아와 유럽의 중간유분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각각 65%, 87%에 불과하고 미국도 85%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8~9월 미국 정유사의 정기보수에 따른 공급 조정이 예정돼 있는 데다 미국·유럽에 닥친 폭염과 인도의 홍수 등으로 현지 기업의 설비 가동에도 일부 차질이 발생하고 있어 정제마진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2분기를 바닥으로 정유 업황이 개선되며 주요 정유사의 하반기 실적도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2분기 정유 사업 부문에서 줄줄이 영업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 사업 부문의 실적 악화로 올해 2분기 1068억원의 적자를 냈다. S-OIL과 HD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전사 기준으로는 흑자를 기록했으나 정유 사업 부문에서 각각 2921억원, 96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GS칼텍스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점쳐진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폭염과 가뭄으로 라인강 수위 낮아지며 유럽 내 디젤 공급에 차질이 생기며 재고가 대폭 감소한 점도 정제마진에는 긍정적”이라며 “정제마진이 구조적 상승 구간에 진입해 하반기에는 보다 개선된 실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