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책 소개하며 수차례 정치권 메시지
尹 “통일부, 대북지원부 아냐” 변화 주문도
통일장관 후보자 청문회서 여야 격돌 전망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당시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남을 갖고 있다.(자료사진) [연합] |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정권의 대북정책 기조를 둘러싸고 또 다시 격돌했다. 윤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주장한 전 정부를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데 대해 문 전 대통령이 “냉전적 사고”라고 맞받아치면서다. 최근 정치권 ‘막말 공방’에 국민 피로감이 높아진 가운데, 전·현직 대통령까지 서로 원색적 비난을 주고받으면서 진영 간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직도 냉전적 사고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면서 윤석열 정부와 여권의 외교·안보관과 대북정책에 날을 세웠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외교부 차관을 지냈던 최종건 교수의 저서 ‘평화의 힘’을 “무척 반가운 책”이라고 소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역대 정부가 평화를 위한 정책에서 일관성을 갖고 이어달리기했다면 남북 관계와 안보 상황, 그리고 경제까지도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해 본다”면서 “공산권 국가들과 수교하고 북한과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했던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이야말로 우리 외교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대전환이고 결단이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는 그 정책을 계승하고 발전시켰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럴 때 남북 관계는 발전했고 상대적으로 평화로웠으며, 균형 외교도 증진됐다. 국민소득 2만불 시대와 3만불 시대로 도약한 것도 이 때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그러나) 그렇지 못했던 정부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일어났다”면서 “남북 관계는 후퇴하고 평화가 위태로워졌으며, 국민소득까지도 정체되거나 심지어 줄어들었다”고 보수 진영을 직격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의 글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전임 정부의 대북 정책 등을 겨냥해 “반국가 세력”이라고 직격한 데 대한 반격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수차례 책을 소개하는 형식을 빌려 정부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6·25전쟁을 두고 ‘미중전쟁’이라는 화두를 제시하면서 정치권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지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비판 수위를 올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식 축사에서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지난 2일에는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이제는 달라질 때가 됐다”면서 대북정책 기조 변화를 천명하기도 했다. 그는 또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통일은 남북한의 모든 주민이 더 잘사는 통일,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통일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남북협력에 치중했던 기존 통일부 역할과 기조를 바꿔 북한 인권 문제 등까지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는 주문으로 해석됐다. 인권 문제로 초점을 옮겨갈 경우 북한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서도 보다 강경한 기조가 필요하다는 의중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전현직 대통령 간 충돌은 이달 중순께로 전망되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재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은 이미 김 후보자를 ‘극단적 남북 적대론자’라며 부적격 인사로 규정하고 송곳 검증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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