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노태악과 주도권 다툼?…“선관위 전략은 재판 받겠다는 것”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윤재옥 원내대표.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이 ‘사적 채용’ 논란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정조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공세의 핵심은 감사원의 ‘행정 감사’라는 기류가 감지된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의 ‘사퇴’를 끌어내는 데에는 행정 감사가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선관위가 감사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차원의 고소, 고발은 아직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5일 헤럴드경제에 “국민의힘 입장에서 국정조사보다 좋은 것은 감사원의 행정감사”라며 “검찰 수사는 수사 대상자에 한해서만 영장을 발부 받아서 수사가 이뤄지는 것이고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는 (조사 대상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강제조사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감사원 행정감사는 말 그대로 ‘행정’ 감사이기 때문에 선관위 전체를 들여다 볼 수 있다”며 “지난 2019년 서울교통공사를 대상으로 한 감사원 감사 때처럼 될까 두려워서 선관위 측에서 감사를 피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당시 감사원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공기업 정규직 전환 정책을 조사해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2018년 정규직으로 전환한 1285명의 직원 중 192명이 기존 재직자의 4촌 이내 친·인척 관계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박 전 시장은 감사원 발표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감사원은 서울시에 서울교통공사 사장 해임과 박 시장에 대한 주의 조치를 요구했다.
선관위는 헌법 97조, 인사감사 범위를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17조를 근거로, 자신이 감사원 감사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헌법97조는 감사원의 업무 범위로 회계검사와 함께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규정하고 있다. 또 국가공무원법 17조엔 “인사혁신처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기관의 인사행정 운영의 적정 여부를 정기 또는 수시로 감사할 수 있으며, 필요하면 관계 서류를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있다. 선관위는 자신들은 행정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감사의 대상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선관위 태도가 ‘감사원법 위반’이라고 반박한다. 감사원법은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만을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했고, 국가공무원법 17조 2항의 내용은 인사행정처 자체 감사에 대한 것 뿐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정치’를 ‘사법’ 영역으로 끌고 가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내지도부 의원은 “이미 선관위원들이 고발 조치 되어있고,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사안을 무조건 사법부로 넘겨서 판단하는 것은 당에 부담이 된다”며 “제3의 방법을 논의할 듯 하다”고 내다봤다.
‘사퇴 압박’에 직면한 노 위원장의 최후 보루가 ‘재판’이라는 점에서 고발전은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내지도부의 또다른 의원은 “감사원에서 일방적으로 감사를 개시하면 (선관위가) 받아야 하는데 받지 않거나 자료제출을 거부하면 감사 방해로 고발이 가능하다”며 “재판에서 (감사를) 받을지, 받지 않을지를 결정하게 되는데 선관위는 그렇게 가겠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선관위 아빠찬스’ 논란에서 국민의힘이 온전히 주도권을 가지기 위해서는 법원 판단 대신 여론전으로 ‘노태악 사퇴론’을 확산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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