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출범 1년…더 이상 당에 부담 주고 싶지 않다”
윤리위 징계 앞두고 입장 선회…‘정치적 해법’에 수위 촉각
태영호 의원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최고위원 사퇴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숙이고있다. 태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저의 부족함으로 최근 여러 논란을 만들어 국민과 당원들, 당과 윤석열 정부에 큰 누를 끼쳤다"며 국민의힘 최고위원에서 사퇴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역사관 논란에 이어 대통령실 공천 개입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오전 최고위원직 자진 사퇴 입장을 밝혔다. 태 의원의 결단은 오후 예정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사를 앞두고 이뤄졌다. 결정은 징계 수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태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저는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저는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려 한다”고 밝혔다. 태 의원은 “그동안의 모든 논란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며 “저의 논란으로 당과 대통령실에 큰 누가 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태 의원은 윤리위 소명 절차가 있었던 8일까지만 해도 “그럴 생각이면 윤리위에 오기 전에 밝혔을 것”이라며 자진 사퇴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당 내에서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이틀 만에 입장을 바꿨다. 태 의원은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만약 제가 정치적 해결법을 찾는다면 당 지도부의 구성원으로서 먼저 김기현 대표를 찾아가던지, 먼저 지도부 알리는 게 도리라 생각한다”며 달라진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날 밤 당 지도부가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도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진 사퇴 거부가 당 지도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당 내 부정적인 여론이 압박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자진 사퇴 시 전국위에서 새 최고위원을 선출할 수 있는 만큼, 안정적인 당 운영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윤리위는 태 최고위원 외에 제주 4·3,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관련 설화를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심사를 진행 중이다. 당 안팎에서 두 최고위원 모두 ‘당원권 정지 1년’ 수준의 중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2명이 공석이 되는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태영호 의원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최고위원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태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저의 부족함으로 최근 여러 논란을 만들어 국민과 당원들, 당과 윤석열 정부에 큰 누를 끼쳤다"며 국민의힘 최고위원에서 사퇴했다. 임세준 기자 |
황정근 윤리위원장도 8일 소명 절차를 마친 직후 브리핑에서 “어떤 정치적 해법이 등장한다면 거기에 따른 징계수위는 여러분이 예상하는 바와 같을 거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자진 사퇴 시 징계 수위에 영향이 있을 것이란 해석으로 이어졌다. 징계 수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순으로 높다. 당원권 정지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한 달에서 3년 이내 기간을 정하게 된다.
같은 지도부 내에서도 김·태 최고위원을 겨냥한 비판이 나온 상태다. 대통령실이 이날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마련한 윤석열 대통령 주재 오찬에 최고위원들을 제외한 지도부만 초대한 것을 놓고, 장예찬 최고위원은 9일 “문제가 되는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라며 “신상필벌은 정확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최소한 양해를 구하는 문자나 전화 한 통이라도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페이스북 게시글을 올렸다.
이와 관련해 태 최고위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 개인의 일탈 때문에 일부 최고위원님들까지도 대단히 불만이 커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는 저 때문에 주변 분들에 마음의 부담을 더는 드려서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까지 자진 사퇴와 관련한 어떤 입장도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에서는 중징계가 내려질 경우 김 최고위원이 재심을 청구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최고위원은 4·3 유족단체 등에 사과를 하고 한 달간 자숙기간을 가진 만큼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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