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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보다 더 힘들다” 러시아 때문에 유가·환율 폭탄 맞은 기업들 [비즈360]
헤럴드DB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코로나19 이후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에 따른 경영정상화를 기대했던 국내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가 큰 폭으로 뛰었고, 세계 경기 악화 우려로 원화 가치가 급감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크게 치솟았다. ‘산업의 혈액’이라 불리는 유가는 원가를 높여 제품의 마진율을 낮추고 환율 상승까지 동반될 경우 원가를 한번 더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지정학적 요인으로 언제 수출길이 막힐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기업들의 고충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7일 배럴당 130달러선을 돌파했던 국제유가(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8일 120달러대로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추가 증산에 대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여전히 미온적이라 언제든 130달러선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실제 금수 조치시 상승폭이 전망치를 뛰어넘을 수 있다. 러시아는 석유와 정유제품을 하루 700만배럴 가량 수출한다. 이는 세계 공급량의 7%에 해당된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980년 2차 석유파동 이후 15년 간 이어진 저유가의 트라우마, 2014년부터 7년간 이어진 셰일 붐, 향후 재생에너지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현 시점에서 OPEC의 적극적인 행보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또 전통 에너지원의 가격 급등이 전기료·태양광체인 급등과 금리 급등으로 귀결, 경쟁자들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알기에 적정 수준의 고유가를 용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유가가 올해 배럴당 185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러시아 석유가 차단되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유가는 역사상 최고 가격(145달러·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이르지 못한 수준이지만,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유가는 이미 역대 최고로 올라와 있다. 블룸버그·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7일 현재 실질유가는 배럴당 118.1달러로 2차 오일쇼크(102.8달러)와 금융위기(113.7달러) 당시 수준을 넘어섰다.

유가 상승은 고스란히 기업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항공사·정유사·석유화학사 등 유가에 직접 영향을 받는 업종 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원재료 및 관리비용 상승을 유발하고 이는 수익 감소로 귀결된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05년 이후 국내 코스피 기업들의 분기 영업이익률 평균 변화폭을 산출한 결과, 유가가 100~110달러로 오를 경우 전기대비 1.3%포인트(p)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0달러를 넘길 경우 하락폭은 3.0%p로 확대됐다. 업종별 변화폭(100달러 이상시)을 살펴보면 디스플레이가 -4.1%p로 가장 컸고 그 뒤로 화학(-3.2%p), 자동차(-3.1%p), 반도체(-2.4%p) 등의 순이다. 우리나라의 기간산업을 중심으로 한 타격이 컸다는 얘기다.

크게 오른 환율은 당장 수출기업들에게는 유리할 수 있지만 수입업체들에는 치명적이다. 수입품의 원화환산 금액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또 최근과 같은 환율의 단기 급등은 주로 글로벌 경기 위축시 발생되고, 우리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우려에서도 기인된다는 측면에서 수출 기업 입장에서도 호재만은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품 수입액(국제수지 기준)은 5783억달러로 상품 수출액의 88%에 달한다. 9년래 최고 비중이다.

여기에 대(對)러시아 수출·수입에 대한 제한 수위가 높아지고 있고, 글로벌 해상 물류 차질도 심화되고 있는 등 대내외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주요 대선 후보들이 중대재해처벌법, 노동이사제 등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선거 이후 규제 환경 변화도 중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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