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도 ‘자영업자 임대료 문제’ 정면 제기
임대인-임차인간 상가 임대료 갈등 고조 우려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코로나19로 영업할 수 없는 경우 건물 임대료를 내지 않도록 하는 일명 ‘임대료 멈춤법’이 발의되고, 청와대도 여기에 힘을 실어주면서 나타날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고통 분담의 취지는 공감하나, ‘임차인=선한 약자’라는 단순 접근법이 반발을 키울뿐더러 불필요한 갈등과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대료를 제한하는 기간에 임대인의 ‘대출이자 멈춤’, ‘세금 멈춤’ 등은 물론 생계형 임대인에 대한 고려가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시장의 한 상가 안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
15일 국회 등에 따르면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집합금지 업종에 대해선 임대인이 차임(임차물 사용의 대가)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집합제한 업종에 대해선 차임의 2분의 1 이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임대인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 여신금융기관이 임대건물에 대한 담보대출의 상환 기간을 연장하거나 이자 상환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개정안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다수 업종에 대한 집합금지·제한 조치가 내려진 상황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영업중단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정부는 그동안 건물주가 임대료를 낮추는 ‘착한 임대인 운동’을 적극적으로 권장했고, 여기에 호응하는 임대인에게 세액 공제 등의 보상으로 답했다. 하지만, 자발적인 방식만으로는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반영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런 문제를 짚고 넘어가면서 임대료를 제한하는 방안이 힘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전날 “(자영업자들이) 임대료 부담까지 고스란히 짊어지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인지에 대한 물음이 매우 뼈아프게 들린다”고 했다.
남대문중앙상가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긴급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부동산 시장에선 상가 임대료를 둘러싼 불필요한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체로 어려운 시기에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방역 지침에 따라 영업을 제한하면서 생긴 손해를 임대인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특히 월세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생계형 임대인’ 등에게는 타격이 클 수 있다. 온라인 상에서는 이를 두고 “을과 을의 갈등 예고”, “또 편 가르기”라는 반응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임차인=선한 약자’, ‘임대인=부유한 강자’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다 보면 이런 방안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임대료가 협의 사안이 아니라 금지사항이 되는 것은 갈등만 더 키울 수 있다”고 봤다.
‘임대료 멈춤’ 기간 중 임대인에게 가중될 부담을 어떻게 줄이느냐도 관건이다. 이동주 의원은 이번 개정안에 임대인이 담보대출 이자 상환을 유예할 수 있는 내용 등이 담겼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전에도 ‘반값 임대료법’은 발의됐었지만, 이런 내용이 고려된 것은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형평성 차원에서 동일 기간 ‘세금 멈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 의원 역시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세금은) 조세제한특례법과 관련된 사항이어서 이번 개정안에서 내용을 담기엔 기술적인 한계가 있었다”면서 “임대인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방안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월세 수익이 끊기면 생활이 곤란해지는 임대인도 있는 만큼 반발을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건물주 역시 임대료가 없으면 생활은 물론 건물 운영·관리, 대출 이자, 세금 납부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다양한 측면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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