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4000여세대 대단지도 전·월세 한자릿수
“매매도 안정”이라지만, 이달도 신고가 경신 나타나
부동산정책 총괄하는 경제수장 현실인식 안이하다는 지적도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저녁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비공개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전세 거래 실규모가 늘고 매매 시장은 안정세”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총리 본인이 이번 임대차법 개정으로 매매와 전세 계약 모두 얽히면서 아직 거주지를 정하지 못한 데다가, 각종 지표가 부총리의 시장 인식과 반대의 숫자를 내놓고 있어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으로서 제대로 된 시장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8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에서 조사한 서울 전세 수급지수는 지난 12일 기준, 192로 2015년 9월 ‘전세대란’(193.3) 이후 최고점이다. 0부터 200까지로 표기되는 이 지수는 숫자가 클수록 공급 부족을 의미한다.
시장에 나온 매물을 들여다봐도 신규로 전세를 구하는 세입자는 ‘슈퍼을’ 임을 알 수 있다. 전국권에서 전세보다 비용부담이 더 큰 월세 매물이 더 많이 나오는 곳도 눈에 띈다.
전세 품귀와 전셋값 폭등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18일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내 부동산에 매물 정보란이 텅 비어 있다. [연합] |
19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주요 시도 가운데, 전세 매물보다 월세 매물이 많은 곳은 7곳으로 집계됐다. 전북, 울산, 충남, 광주, 부산, 강원, 충북이다. 얼마 전 전·월세 매물 역전현상이 나타났던 서울은 전세 매물이 9987건으로 월세(9836건)보다 소폭 앞섰다.
충남은 전세 매물 884건, 월세 매물 1649건으로 배 가까운 차이가 났고, 충북 역시 전세 811건, 월세 1100건으로 36% 월세가 더 많았다. 부산은 전세 3550건, 월세 4331건으로 월세가 781건이나 많았다. ‘행정수도 이전론’으로 전국에서 집값 상승세가 가장 높은 세종의 전·월세 매물 차이는 2건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2015년 9월 전세대란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목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
시장에선 저금리 상황에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된 것도 있지만, 정부 규제가 월세로의 임대차 시장 재편을 가져왔다고 보고 있다. 무이자대출 역할을 하던 전세 보증금이 각종 규제로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선호도가 떨어진 것이다. 특히 부동산 보유세를 높이고 임대차법으로 전세보증금 상한선을 정한 것도, 늘어난 세금 부담을 월세로 충당하려는 시장 움직임을 부채질했다.
실제 전월세 매물차가 거의 없는 서울과 세종을 포함해 전월세 매물량이 역전된 9개 시도 가운데 , 임대차법 시행 이전에도 월세 매물이 더 많았던 곳은 충남·북과 광주 뿐이었다.
당장 서울 대단지만 살펴봐도 홍남기 부총리의 시장인식과도 차이가 있다. 4300세대에 달하는 대단지인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파크뷰 자이는 7월말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 이후, 19일 현재까지 국토교통부에 전월세 거래 8건이 등록됐다. 매매는 거래 절벽 속에서도 31건이 일어났다. 가격은 매매·전세 모두 역대 최고가다.
59㎡(이하 전용면적)는 8월말 전세 최고가 6억원을, 9월엔 매매 최고가 10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중대형 121㎡도 지난달 12일 15억4000만원 역대 최고가에 팔렸다. 이 단지 해당 면적이 주택담보대출 금지선인 15억원을 넘긴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다. 매매시장 안정세를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
홍 부총리가 지난달 값이 떨어졌다고 언급한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이달 9일 114㎡가 20억2000만원에 팔리면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달 26일 신고가였던 19억7000만원에서 5000만원 더 올랐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 말의 18억원 보다 2억2000만원이 상승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 교수는 “정부가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실제 시장에선 전세 매물도 부족하고 매매 시장도 안정세라 보기 어려운데,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yjs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