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물가’에 반찬가게 사장님 어깨도 무거워
서울 시내 한 마트안에 있는 반찬 코너 [사진제공=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반찬 좀 만들려고 마트 갔다가 채소 가격보고 그 자리에서 뜨악했다”
‘반찬은 집에서’라 생각해 반찬 구매를 잘 하지 않았던 직장인 김윤지(36·가명)씨는 최근 동네 반찬가게를 가기 시작했다. “2인 가구라 남는 식재료도 많은데 가격이 너무 올라 차라리 사먹는 게 싸겠다 싶어 반찬가게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밥 열풍과 함께 추석을 앞두고 식자재 가격이 대폭 뛰면서 반찬을 마트·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손이 많이 가거나 장시간 보관이 가능한 반찬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18일 유통·식품업계에 따르면 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했던 8월을 기점으로 반찬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반찬코너는 최근 한달 간(8월 16일~9월 15일) 매출이 전월 대비 27.2% 상승했다. 홈플러스 ‘삼청동식탁’ 온라인 판매량도 같은 기간 매출을 지난달과 비교했을 때 약 25% 신장했다.
[자료출처: 각 사][디자인=김빛나 기자] |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비싼 몸’이 된 채소로 만든 나물류나 손이 많이 가는 반찬의 판매량이 늘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경우 무말랭이, 양념깻잎 등 나물류 반찬이 인기가 높았다. 이마트 더 트레이더스의 ‘생더덕무침’은 8월 2주 간 15만개 이상 판매됐다. 홈플러스는 명란젓, 낙지젓, 황태구이처럼 오래 보관해두고 먹을 수 있거나 직접 조리하기엔 손이 많이 가는 반찬들이 인기 상품 10위 안에 들었다.
주요 식품 기업들의 반찬 부문 실적도 뛰었다. 현대그린푸드의 ‘그리팅’도 9월(1일~16일) 매출이 전월 평균(3월~8월)보다 30% 이상 상승했다. 동원홈푸드가 운영하는 ‘더 반찬&’도 9월 하루 평균 주문건수가 전월 대비 약 38% 늘었다. 이전에는 집밥 열풍을 타고 가정간편식(HMR), 샐러드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면, 8월 말부터는 간편하게 상을 차릴 수 있는 반찬 상품 매출이 뛰었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하지만 반찬을 취급하는 기업·상인도 물가 상승으로 인한 부담이 없는 건 아니다. 특히 개인이 운영하는 일반 반찬가게의 경우 그 타격이 크다. 서울 마포구 공덕 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김연주(52)씨는 “20만원에 샀던 식자재가 50만원으로 뛸 정도로 (가격 인상률이) 심각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 나물류 반찬양을 30% 정도 줄였다며 “손님이 늘어 감사하지만 재료 가격만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대형 유통사·식품기업은 아직까지 가격 인상을 단행할 수준은 아니라고 말한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급식업체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식자재 납품을 받는데 지장이 없어 올해는 반찬 가격이 오르지 않을 거라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대량 직매입으로 기존에 확보한 식자재가 있어 아직까지는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역대 최장기간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올라간 밥상 물가는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6일 OECD와 통계청에 따르면 8월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6.6% 상승해, OECD 22개 회원국 중 3위를 기록했다. 수확철 내내 비가 왔던 고구마는 21년만에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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