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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운동 나서는 유럽의 10대들]젊은 세대 지지 업고 유럽 녹색당 약진…포퓰리즘 대안 될까
유럽의회 돌풍 이어 오스트리아도 제 4당에
10대들 투표권 획득시기엔 영향력 더 확대
‘탈물질주의’ 기반한 기후변화 이슈에는 한계
동유럽 외면-서유럽 쏠림현상 극복도 과제
지난 5월 26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녹색당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AP]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를 뒤흔든 주인공은 단연 녹색당이었다. 유로존의 위기와 맞물려 포퓰리즘 정책을 앞세운 극우세력들이 유럽을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녹색당은 약 10%에 달하는 득표율을 올리면서 ‘중도 정치’가 붕괴된 유럽 정가의 새로운 희망으로 부상했다. 독일과 프랑스, 덴마크 등에서는 녹색당이 기성정당을 물리치고 제 2,3당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돌풍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후 4개월여가 지난 9월 말, 오스트리아 조기 총선에서 녹색당은 또 한번 대약진했다. 중도우파 국민당이 1위를 지킨 가운데 당 전국구 선거 역사상 가장 많은 14%를 득표하며 원내진입에 성공했다. 의회 입성에 필요한 4%의 고지를 넘지 못했던 지난 총선 이후 불과 2년 만에 생긴 변화다.

녹색당의 선전을 견인하고 있는 것은 젊은 유권자들이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환경 이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녹색당의 입지도 넓어졌다. 혹자는 녹색당의 돌풍을 최근 전세계적 움직임이 된 청소년들의 기후변화 파업 시위를 이끌고 있는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이름을 따, ‘툰베리 효과’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유럽의회 소속의 세르게이 라고딘스키 독일 녹색당 의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신세대들이 다시 정치화되고 있다”면서 “젊은이들은 스마트폰만 보고 사는 세대가 아니라 거리를 걸으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대이며, 그들은 자신들의 부모와 조부모들의 목소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녹색당을 향한 유권자들의 지지는 단지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염원에만 있지 않다. 녹색당은 기독교민주당, 사회민주당 등 유럽의 중도정치를 이끌어 온 기성 정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대안으로서 부상했다. 중도 우파, 중도 좌파 정권이 지지해 온 신자유주의는 결국 경제위기라는 결말을 맞았고, ‘포퓰리즘의 극우나, 대안없는 좌파냐’라는 갈림길에서선 유권자들에게 녹색당은 신뢰할만한 대안이 됐다는 분석이다.

가디언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녹색당은 실용적, 경제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정당으로 여겨졌다”면서 “하지만 최근 녹색당은 기후변화 이슈에 사회 정의, 인권이라는 이슈를 동시에 묶음으로서 주류 중도좌파 정당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을 끌어들였다”고 해석했다.

유럽 정가에서 녹색당의 입지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기후변화가 핵심 의제로 부상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친유럽 성향의 싱크탱크 유럽외교협의회의 수시 데니스는 타임지를 통해 “그린 이슈는 분명히 성장했다”면서 “이제 환경 문제는 핵심의제가 될 필요가 있고, 정부의 대응을 기대하는 유권자들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게된 녹색당과의 연합을 위해 다수당들이 기후변화 이슈 끌어안기에 나서면서 환경 이슈가 한층 더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

녹색당의 지지기반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구축돼 있다는 점도 희망적이다. 오늘날 전세계적 기후변화 운동을 이끌고 있는 것은 아직 투표권이 없는 10대들이다. 이들 10대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오는 2024년이 되면 녹색당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녹색당의 미래가 단지 장밋빛이라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기후변화 이슈가 가진 한계 때문이다. 환경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 이후의 ‘탈물질주의’ 범주에 있다. 녹색당이 전세계 유권자를 아우르는 대중 정당으로 부상하기에는 경제적 문제가 일단 해결돼야 한다는 뜻이다. 녹색당이 소위 선진국인 서부 유럽국 내에서 더 큰 지지를 얻고 있고, 오히려 헝가리 등에서는 의석을 잃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라 호볼트 런던정경대 교수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녹색당의 도전의 핵심은 ‘경제’다”면서 “동유럽 어느 곳에서도 대중들은 환경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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